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분야가 시름 깊지만, 기업인들은 참으로 어려움을 지고 산다. 새로운 기술 변화와 함께 생산·유통·생활 등 각 영역에서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온라인(비대면사업)으로 옮겨 가고 있다. 새로운 환경 변화에 빨리 대응해야 하는 정책입안자, 실행주체들, 기업인들은 새롭게 요구되는 변화와 혁신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이를 조정하는 대화와 타협과 공존의 메커니즘도 적재·적소·적시에 작동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럴 때 꼭 떠오르는 분은 고(故) 아산 정주영(1915~2001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아닐까 싶다. 정 명예회장은 세상에 없지만, 그분이 남긴 유산들은 생명처럼 살아 움직인다. 고인은 저서에서 '현대그룹은 장사꾼의 모임이 아니라, 이 나라 발전의 진취적인 선도 역할과 경제 건설의 중추 역할을 하는 유능한 인재들의 집단'이라며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확고한 신념과 치열한 노력의 화신이었다. 그는 무슨 일을 시작하든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 외에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은 단 1%도 갖지 않았다.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내보이며 해외 은행에서 조선소 지을 돈을 마련했고, 경부고속도로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 자동차 산업을 개척해 수출 기적을 이룬 것 등은 모두 주변에서 불가능 영역을 뚝심으로 성공시킨 기적이었다. 기업은 현실이고, 행동함으로써 이루는 것이라고 확신한 정 명예회장은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머리로 생각만 해서는 기업이 클 수 없다”며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은 혁신(Innovation), 불확실성 내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 그리고 시장에서의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하는 것이 주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가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사람이 할 수 있으며, 기업가 정신은 이러한 도전 정신이라 할 수도 있다. 강원도 인구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3%인 150만 정도다. 면적이 강원도보다 훨씬 적은 대전광역시 인구와 비슷하다. 강원도 총면적이 한반도 전체 9.3%, 남한의 17%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사람 찾기 힘든 곳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강원도는 산지 비율이 무려 82%에 이른다. 인구지표에 의한 예산 배분 방식을 과감히 바꾸기 위해서는 강원인들 스스로 깨어 똘똘 뭉쳐야 한다. 땅에 떨어진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깊이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첫째, 강원도만의 성공한 기업가들이 존경받고, 기업가들의 의욕을 높이는 문화와 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기업가 정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공사례의 발굴, 확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가들 스스로 자긍심을 회복하고 기업 미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은 협력을 바탕으로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고, 또 이를 이해관계자 및 사회와 나누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삶의 여유와 여백이 필요한 때다. 쫓지 않아도 가는 게 시간이고, 밀어내지 않아도 가는 게 세월이다. 천천히 간다고 혼내는 사람 없으니 오늘 하루만큼은 쉬엄쉬엄 여유롭게 보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