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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교문 양쪽 정원조성 과정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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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농공 작성일 2008-06-22 10:04 댓글 0건 조회 9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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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까지 모교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양쪽에 펼쳐지는 밀림 같은 숲으로 인하여 심산유곡의 별천지에 발을 디뎌놓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장면을 연출하기까지는 식견높은 선배 동문과 선생님들의 심고 가꾸고자하는 열정과 피 땀이 녹아있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그 숲이 올봄부터 베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몇 그루 만 남긴 채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베어낸 곳이 묘둥지 처럼 오밀조밀하게 동산을 꾸며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성한다고 합니다.(확실한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음)

  동문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모교 교문 양옆에 펼쳐진 밀림같은 특이한 정원은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이 가지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정원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또한 그 정원을 통하여 교문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찬사와  사랑, 그리고 경탄을 금치 못한 것으로 사실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홈페이지 바탕화면에 뜬 장면도 나무를 베기 전에 찍어 놓았던 모습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허허벌판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나무를 베어내기 전 교문 입구 양옆의 정원 및 교내 정원의 큰 특징과 틀을 살펴보면

첫째, 모교의 정원은 오밀조밀이 아닌 큰 스케일식으로 발전해왔으며

둘째, 농공고의 힘찬 기상과 우람한 틀과 기질을 근간으로 했다는 것이며

셋째, 정원의 조성에는 당시에 모교 재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직접 피땀흘려 조성했다는 것이며 그 결과 혼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 모교 교정에 심겨진 나무의 수종은 심겨질 당시에 전문가집단에 의해서 가장 우수하고 유망한 수종을 심었기에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임업 역사 그 자체라고 봅니다.

다섯째, 모교는 나무만큼은 신성시 됐다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나무에 손을 안댔기에 현재의 모습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여섯째, 무리 모교의 정원은 우리 농공고의 이미지와  매치가 잘될뿐더러 독창적이면서 창의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일곱째, 모교가 입암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당시에 전문가집단으로부터 정원의 큰 틀이 과학적이 합리적이며 교육적인 방향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것입니다.

여덟째, 건물이 들어서면서 많은 나무들의 수난은 있었지만 교정의 수목을 최대한 배려하여 지어질 정도로 나무사랑이 각별했습니다.

아홉째, 숲은 우리가 가꾸고 키워나가야하는 존재가 되기에 학생들의 교육방향과도 흡사합니다. 구부러졌다고 함부로 팽개칠 수 없는 것이 나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어갑니다.

열째, 인공의 맛이 있는 듯하면서 자연이 그대로 어울어진 앙상블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농공고의 정원은 역사와 전통 그리고 철학이 그대로 숨쉬는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산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오고있습니다.

  각설하고 엎질러진 물이나 마찬가지로 베어진 나무를 가지고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차후에 우리 모교의 역사를 단절시키지 않고 혼불을 다시 살릴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여보고자 합니다. 캐나다인의 단풍나무 사랑은 각별하며 독일인의 가문비나무 사랑 또한 국민성으로 박힐 정도로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의 히말라야시다가 있습니다. 이 시다를 더 돋보이게 받쳐주는 수종으로서 자작나무, 수양버들, 은행나무, 플라타나스, 낙엽송(교정에는 일전에 멸종되었음), 닥나무, 전나무, 당단풍, 벚나무, 오엽송, 미루나무(교정에는 예전에 이미 멸종되었음)가 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달라진다하여 밥 먹던 자가 빵으로 식습관을 변할 수 없듯이 새롭게 유행하는 수종이 있다하여 그것을 쫗아가서는 안 되리라봅니다. 일제부터 지금까지 파란만장했던 우리 농공고 역사와 함께 숨을 쉬고 있는 수종을 더더욱 보존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서론이 너무 장황해진 것 같습니다. 필자는 교문 양옆의 정원이 우리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가장 농공고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조성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설계와 조성 식재과정에 대하여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현재 터닦기 상태로 보았을 때 묘둥지 형태의 오밀조밀한 동산으로 꾸며질 것 같은데 그런 상태라면 우리 농공고의 장엄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조경이 될 것입니다. 사회와 시대가 바뀌는데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고 말할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적인 예를 들어 베르사이유궁 정원에 주목으로 된 종(鐘) 모양의 토피어리를 시대에 맞추어 최신유행수종인 꽃 사과로 교체했다합시다. 그랬을 때 과연 베르사이유궁 정원의 진솔한 맛이 날는지요? 해서 우리도 선배들이 피땀흘려 가꾸어 놓은 정원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다는 미명아래 한 순간에 바꾸는 것 보다 예전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더 타당하리라봅니다.

  모교의 정원나 나무만큼은 개발이나 변화의 선봉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흐른다면 심어진 나무가 뿌리도 밖기전에 전에 만들어놓은 동산이 마음에 안 든다고 또 베고 파내버리자 하는 사람이 안 나오리라는 보장 없습니다. 교문 양옆으로 만들어지는 정원의 수종도 가급적이면 우리의 전통과 관계있는 위에 열거한 수종으로 심는 것이 그나마 우리의 정서를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 되리라봅니다.

  기능적으로는 정문 양옆에 숲이 지금까지 먼지와 소음(특히 축구부 숙소와 공동실습소, 관사) 그리고 교내의 프라이버시를 감싸주었던 역할을 충실히 하였습니다. 동산식으로 만든다했을 시 학교만이 가져야할 조용함과 안락함, 먼지와 소음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프라이버시추구, 학생들의 정서함양 등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문 양옆의 정원공사는 전 동문이나 교직원 그리고 재학생들의 동참이 안 된 극히 몇 분만의 구상으로 진행된다는 데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반부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베어진 나무에 대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차후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훗날에도 누구나 수긍을 할 수 있는 정원이 될 수 있도록 이 모든 것을 고려를 해서 시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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