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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인연으로 -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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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인연으로
주방 구석구석엔 ..
일상의 군더덕이들이 옹기종기 매달려 있고 ..
구순을 바라보는 시어른과 중년의 고개를 막 넘어서는
며느리는 고단한 어깨를 싱크대에 기대며 허공을 바라본다
어른은..
가슴 저 밑바닥에서 녹슬은 추억의 보따리를 끄집어 내어
한풀이, 넋두리, 신세 한탄을 한다
아니 그중엔 그래도 유년시절의 좋은 추억도 가끔은 들어있다
중년의 며느리는 백번도 더 들은 이야기라 어디쯤 왔는지 가늠할수있지만
매번 고민에 빠진다
어느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끊어야 하는지
한시간을 넘게 흘리지만 아직 초반부도 들어서지 못했다는걸 너무도 잘 알기에..
할일은 태산 같은데 ..
언제까지 등을 편히쉬며 장단만 맞출수는 없기에..
마침 동네 어르신이 마실을 오셨다
엉덩이를 들어도ㅡ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질 호재의 찬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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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른신이 돌아간 뒤 ...
어른은 유기농 달걀과, 절인고추와 교회에서 윳놀이로 타온
치약 두개를 ....싸고 싸고 또 싼다
아마 저 물건은 며느리가 돌아갈때 두손에 들려질 것이다
처음엔 사양에 사양을 했지만
이제는 감격해하며 받는게 어른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것쯤은 터득한지 오래다
널부러진 군상들을 치우고 휘 ~ 돌아보니 궁궁했던 어른의 추억도 가슴속으로
다시 들어간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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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애잔함을 뒤로하고 며느리 자신의 평안을 위해 집으로 돌아갈 시간 ..
이런 시간마저..
이제는 얼마남지 않았음을 며느리는 잘 안다
그러기에 더 마음이 바빠진다.
그것을 이제야 알게된 며느린 ..지난 세월이 조금은 안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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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
차에 오르는 며느리 뒤에다 혼잣말처럼 ......흘리신다
" 너가 있어 내가 행복하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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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린 ..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며 가슴이 뜨끔해 진다
한일이 하나도 없는데 ..
속으로 얼마나 많은 투정을 부리며, 삭히며 했던가 ?
때론 귀찮음과 삐걱거림과 오만한 마음도 한구석에 자리 잡았었는데 ..
부끄러운 마음에 뒤돌아 보니 ...
어른의 희미해진 실루엣이 오랫동안 손을 흔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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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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