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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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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시콜콜 작성일 2009-04-07 09:30 댓글 0건 조회 7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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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님은 경찰이셨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시지만 경찰에 재직하실 당시에 너무나도 엄하셨던
저희 아버지의 성격은 동네에 소문이 다 날 정도였습니다.

아마..제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학교에서 질이 좋지 않던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학교 앞 편의점에 물건을 단체로 훔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재미로 했던 일이지만 사실상 이건 범죄라고 할 수 있죠.
결국, 한 친구의 고자질로 인해서 단체로 기합을 받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게 된 일이 있었죠.

전..이제 죽는구나 생각을 하였습니다.
안 그래도 작은 잘못이라도 너무나 엄하게 다스리던 아버지이기에 저는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회초리를 수십대를 맞았고 편의점에 가서 사죄를 하고
5시간이 넘게 손을 들고 벌까지 선 것도 모자라 우리 부모님께서는 편의점과 학교에 불려와
그분들께 고개를 숙이며 몇번이고 사죄를 하셨어야 했습니다.

그날, 오후 8시가 되서야 10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받던 체벌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아버지는 어머니께 "저를 먼저 데리고 들어가라"는 말씀과 함께 사라지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 들어와서 제 방에 틀어박혀 맞아 죽을 생각만 하면서 떨고 있었습니다.
이후, 아버님이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 정말..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맞더라도 절대 용서해주세요라며 선처를 바라지 말자라는
생각과 함께 각오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부르시더군요.."야 임마 나와바라"
공포의 목소리..전 정말 기운이 쭉 빠진 상태에서 기어가듯이 거실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을 보는 순간..
전 시선을 회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그런데..

거실 바닥에 놓여져 있는 검은 봉투.
그리고, 봉투 사이로 보이는 것은 치킨과 소주.

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어머니까지 부르시더니 상에 치킨을 올리시고 소주를 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잔을 2개 갖다주자 "이놈아 것도 가지고 와라"라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정말..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정말 평소였으면 이미 맞다가 천당에 갈 타이밍인데..

아버지는 말없이 소주를 저에게 건내시더니 한잔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잔을 들이키시더니 다시 한잔을 따르라고 하셨고 이후 어머니와 저에게도 술을 한잔 따라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소주를 마시라고 하시더군요.
전 그때 먹었던 술이 제 인생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그 쓴 맛을..지금도 잊지 못했던 이유..그리고 그 치킨이 그리운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술을 한잔 마시자 아버님은 갑자기 주먹으로 땅을 내리치시더니 서러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내가 일에만 미쳐서 너한테 관심을 못가져서 니가 그렇게 된거다 아빠가 미안하다"라며..
전 마음 속으로는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잘못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 역시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저에게 소주를 한잔 더 따라 주시면서 제가 술을 조금씩 꾸역꾸역 먹는 동안
닭 다리를 찾아서 저에게 건내주시더군요.

그때, 정말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가 이렇게 "자상하신 면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첫 술이자, 처음으로 본 아버지의 눈물이자, 처음으로 선처를 받았던 제 잘못이었습니다.

이후..제가 무슨 잘못을 할 때마다 그때와 같은 선처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아버지한테 혼날 때에도
그 어느 순간에도 아버지가 원망스럽거나 밉지는 않았습니다.

그때의 그 기억..
벌써 15년이 훌쩍 넘은 기억인데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지금은 아버지와 떨어져서 살아서인지 몰라도 가끔 시장을 지나갈 때 시장표 치킨을 보면
그때의 아버지의 눈물과 그 쓴 소주의 맛과 아버지의 따스함이 떠오르고는 합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같이 아버지에 대한 색다른 기억이 남아 있지 않으신가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평소에 자식들을 위해서 엄하게만 대하시는 아버지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는..
정말 자식을 사랑해주는 따뜻한 가장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자식을 위해서 드는 회초리.
자식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
자식을 위해서 견디는 고통.

이 모든 것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모습이랍니다.
자식을 진정 사랑하기에 힘든 일도 견뎌내시고
강인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앞에서 눈물을 감추시는 우리 아버지들..

이 시대의 아버지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퍼온글] 구어좋은닭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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