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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권 고교리그(모교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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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수 작성일 2009-05-05 12:38 댓글 0건 조회 1,3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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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대교 눈높이 컵 영동권리그 5라운드가 3일 횡성 인조잔디구장에서 열렸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릉문성고와 강릉제일고, 원주공고와 춘천고등학교 등 총 10개 팀이 영동권리그에 속해 매주 지역을 이동하며 경기를 치르는데 이날은 횡성에서 경기가 열렸다.

경기는 횡성 인조잔디 A구장과 B구장에서 11시에 동시에 시작되었다. A구장에서는 청평공고와 제천제일고의 경기가, B구장에서는 원주공고와 강릉농공고와의 경기가 열렸다. 우선 경기장에 들어서자 선수들보다 관중석에 모여앉아 있는 학부모들의 진지함에 숙연해졌다.

기자는 어느 경기를 취재할 지 잠시 고민했다. 승부를 예상할 수 없는 경기는 청평공고와 제천제일고의 경기였다. 두 팀은 영동권에서 각 1승3패로 하위권에 속한 팀이었다. 성적으로만 본다면 전력이 비슷했다. 하지만 기자의 관심을 먼저 끈 것은 2년 전 축구부 선수 전부가 타 학교로 전학을 가 해체 위기에 빠졌다가 다시 시작하는 강릉농공고의 경기를 보고 싶었다. 출전 선수 전부가 1학년인 학생들로 팀을 이루고 있는데 지난 주 제천에서 3학년이 주전 선수인 청평공고를 1:0으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한 강릉농공고이기 때문이었다.

강릉농공고의 상대 팀인 원주공고는 현재 2승2무로 영동권리그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에 강릉농공고는 1승3패로 하위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강릉농공고의 이변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강릉농공고 대 원주공고

기자가 B구장으로 들어서자 먼저 눈에 얼른 보이는 것이 재경 강릉농공고 원주동문이 걸어둔 현수막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30여 명이 모여 강릉농공고의 교가를 부르고 있었다. 곧이어 강릉농공고 응원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경기가 시작되고 20여 분이 흐르도록 기자의 예상대로 강릉농공고는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다. 미드필더들의 압박과 파워가 3학년 학생들인 원주공고에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강릉농공고 1학년 선수들이 하고 있었다. 전반 22분 경 강릉농공고 25번 이대헌선수의 프리킥을 8번 윤세영선수가 헤딩슛을 하였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동문 응원단과 학부모들의 아쉬움 소리가 운동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곧이어 27분 경 강릉농고고 8번 윤세영 선수가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슛을 날렸다. 볼은 골키퍼의 가슴에 안기고 말았지만 강릉농공고 응원단의 사기를 충전시키기에는 충분한 장면이었다. 동문 응원단은 다시 일어나 특유의 강릉농공고의 응원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두 팀은 전반전을 득점없이 끝냈다. 강릉농공고 선수들은 어깨에 힘이 실렸고, 원주공고 선수들은 경기가 잘 안 풀린다는 듯 어깨가 처진 모습으로 경기장 한쪽에 주저앉았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강릉농공고는 선수 교체를 통해 또 다른 에너지를 보충하는 듯싶었다. 33번 김상호 선수와 6번 안희찬 선수가 교체선수로 투입되면서 경기의 스피드가 한층 더 살아났다. 강릉농공고는 후반 10분, 12분, 그리고 24분 원주공고의 위험지역 안에서 찬스를 얻었지만 골 결정력부족으로 무산시켰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원주공고의 공격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저학년한테 덜미를 잡힐 수 없다는 듯이 힘을 내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정말이지 한 골을 위한 필사적인 공격이 후반 30분 경부터 이어졌다. 그러다 후반 35분 경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주인 없이 혼전 중인 볼이 원주공고 10번 채왕훈선수의 발에 걸려 강릉농공고의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경기는 그렇게 해서 1-0으로 원주공고(3승2무)의 승리로 끝났다. 강릉농공고는 리그 성적 1승4패가 되었다.
그 시간 A구장에서의 경기는 끝나 있었다. 결과는 제천 제일고등학교가 청평공고를 3-2로 물리쳐서 리그 성적 2승3패를 기록하여 중위권으로 올라섰다.

강릉제일고 대 갑천고등학교. 묵호고등학교 대 대관령상지고등학교

다음 경기는 A구장에서 강릉제일고와 갑천고등학교의 경기가 이어졌고, B구장에서는 묵호고와 대관령상지고등학교의 경기가 벌어졌다. 강릉제일고등학교는 리그 성적 4승으로 선두에 올라 있는 팀이었고, 갑천고는 1승1무2패로 중하위권에 있는 팀이었다. 결과도 예측이 가능했다. 전반전을 1:0으로 잘 버틴 갑천고 선수들은 후반들어 체력이 급속도록 떨어지더니 4골을 허용했다. 결과는 5:0. 리그 성적 강릉제일고 5승, 갑천고 1승1무 3패가 되었다.

B구장 경기는 예측이 더 가능한 경기였다. 리그 성적 4전 4패의 대관령상지고와 1승2무1패의 묵호고 경기였다. 게다가 대관령상지고는 올해 창단한 팀으로 교체 선수가 없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운 팀이었는데, 내년에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3학년 학생 중에 허벅지 인대가 파열된 학생이 경기에 참여하고 있었다. 출전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7:0으로 묵호고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자 학부모 한분이 기자를 찾아와 하소연했다.
“운동장에 나가서 공도 만져보지 못하는 선수를 꼭 출전시켜야 되는 건가요? 뛰지도 못하고 절룩거리는 선수가 시합에 꼭 나가야 되는 건가요?”

내용을 들어보니 대학 진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기에 참여한다는 학부모의 하소연이었던 것이다. 진단서를 첨부하면 사정이 인정되지 않을까 싶어 기자가 되물었지만 진단서는 아무 필요없다는 것으로 학부모는 알고 있었다. 나중에는 하도 답답했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이 그 부상 선수인 대관령 상지고 10번 이형도 선수의 학부모라고 밝혔다. 재활을 해야 할 선수가 매주 운동장에 나와 공을 피해다니면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기자에게는 짠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강릉문성고등학교 대 춘천고등학교

마지막 경기로 강력한 우승후보 강릉문성고등학교와 중위권에 있는 춘천고등학교의 경기가 열렸다. 그러나 팽팽한 경기가 이어질 거라는 기자의 생각은 시작하자마자 빗나가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볼이 춘천고 진영에서 뱅뱅 돌더니 5분만에 강릉문성고 22번 김영균선수에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고도 강릉문성고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간간히 기습을 노리는 춘천고의 공격은 강릉문성고의 안정된 수비에 막혀 다시 돌아오기 일쑤였다. 18세 국가대표인 이민수선수가 버티는 미드필더 싸움에서 춘천고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분위기였다.

전반 20분 경 강릉문성고 9번 김대경선수가 왼쪽 중앙선부근에서 수비수 3명을 제치며 20여 미터를 드리볼하여 들어와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슛한 볼이 춘천고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망을 강하게 흔들었다.

전반 23분 춘천고는 교체선수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춘천고의 선수교체 타이밍은 절묘하게 맞았다. 새로운 선수가 들어간 지 2분만에 중앙선 부근에서 프리킥 한 볼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18번 고상훈 선수가 헤딩슛을 성공시킨 것이었다. 강릉문성고 골키퍼 이근표선수는 영동권리그가 시작되어 처음으로 골을 허용한 경기가 되었다. 강릉문성고의 4경기 무실점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강릉문성고 선수들은 운동장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빠른 패스로 경기를 압도해나갔다. 후반들어 주전 선수를 대거 교체하고도 강릉문성고의 골폭풍을 멈추지 않았다. 후반전 5분 영동권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릉문성고 김대경선수의 골이 터지고, 15분에는 2학년 학생인 김현곤선수가 춘천고 골망을 출렁거리게 했다.

이후에도 강릉문성고 선수의 슛은 펑펑 터졌고, 춘천고 골키퍼의 골킥은 쉼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중앙선 너머로 멀리 차 보낸 볼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다시 춘천고 골대를 향해 날아오곤 했다. 결국 경기는 4-1 문성고의 승리로 끝났다.

춘천고, 갑천고, 대관령상지고 골키퍼는 오늘 하루 참으로 바쁜 하루를 보낸 날이 되었다.

글/사진= 초중고리그 명예기자 이종득(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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