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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열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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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지도위엔 길같은건 없었겠지.
다니면 길이되고 평평해 지고 넓어지고 그렇게 오고 갈 길 하나 하나 열였겠지.
땅과 바다와 하늘에도 심지어 시공속에도 거미줄같은 길들이 생겨났지만
그중 몇개의 길을 내 평생 걸어 볼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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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중 하나를 열어놓고 5년
오솔길 같이 좁고 한적한 길이지만
우린 이 길위를 걸으며
정감어린 이야기도 나누고 배꼽쥐는 해학으로 히히덕거리기도 하고
때론 개똥같은 철학이지만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보기도 하며 오늘을 산다.
이 초라한 행보를 두고 남길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겠지만
너와 내가 오고갈 길중에 하나겠지.
이제 초심으로 돌아와
티끌같이 왜소한 내 몸둥아리를 어느 한구석에 숨겨두고
자중과 성찰의 시간들로 메워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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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차다
허벅지위로 스치는 바람이 너무 차구나
쇼윈도에 어린 제 얼굴을 바라보듯 수많은 영상들이 얼히고 설킨 그림자같은 얼굴
수척한 네 몰골을 본다.
파리한 입술하며 잘게 떨리고 있는 몸둥아리
으슥한 이밤
차갑게 일어나는 밤바람에 새까만 어둠마져 흔들리는데
네가 부르는 애절한 노래는
바람에 꽃잎지듯
가슴안에 맴도는 그리움으로 떨어져 버리고
또 다시 그리움에 지치고 말것같은 꽃잎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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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3년이 흘렀습니다.
돌이켜 보며 다시 올려봅니다.
정동진에서
난,
꿈속에 잠긴 바다를 보았다오.
그리고 바다가 그리워 우는 산도 보았소.
연푸른 나뭇잎, 그 파리한 빛을 안고 마냥 울어대는 하늘도 보았소.
지금도 꿈속에 잠겨있을 바다와
바다가 그리워 울고 있을 산들과
파리한 빛을 안고 울어댈 하늘의 모습을
내 작은 손바닥 하나로 덮어 버리고 말았소
나는 보았소
바다의 꿈이 무엇인지
산들의 그리움이 무엇인지.
하늘이 우는 까닭이 무엇인지도
숨죽인 바람의 이유와
봄볕과 뒤섞인 흐릿한 해무가 바다의 끝을 남겨둔 사연도
어느 날
여기 다시 돌아오는 날
바다의 꿈과
산들의 그리움과
마냥 울어대던 하늘의 슬픔이
내 영혼에 꽂힌 사랑의 아픔이었음을 고백하렵니다.
그대를 꿈꾸었으며
그리워했으며
사랑함으로 울었던 고백 말입니다.
숨 죽인 바람의 고요 속에
바다의 품 안 어디쯤
내 사랑
그리움 하나로 숨겨 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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