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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태백 작성일 2009-07-07 12:44 댓글 0건 조회 8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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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 스페셜] 축구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강릉으로 가라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 강릉 원정을 다녀온 K-리그 각팀 관계자들은 강원FC가 두려운 진짜 이유는 엄청난 속도의 역습도, 김영후와 윤준하의 신선한 공격 조합도 아닌 홈 팬들의 어마어마한 열기와 일방적 응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K-리그에 참가한 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강원FC의 홈으로 가는 길이 다른 팀들에겐 진정한 지옥의 원정이 된 것이다.

 
 
 

춘천과 원주의 경기장 공사 관계로 올 시즌 강원FC의 메인 홈 구장이 된 강릉종합운동장은 정규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1만 5천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선다. 이는 운동장 수용 규모(2만 5천명)와 인구 수(22만 여명)를 살펴 볼 때 단연 K-리그 최고의 열기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나타났던 창단 팀에 대한 일시적인 붐이라는 평가절하도 있지만 실제로 강릉을 찾게 된다면 그 압도적인 분위기는 쉽게 꺼질 기세가 아님을 대번에 느낄 수 있다. 과거 지역의두 명문고인 강릉농공고와 강릉상고(현재 강릉제일고)가 펼친 농상전은 일제시대의 경평전과 더불어 한국 축구사의 원조 더비매치로 불렸다. '축구 사랑만큼은 전국 최고다'라던 강릉 시민들의 자부심이 2009년 강원FC의 등장과 함께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최순호 강원 감독은 홈 팬들의 축구 관전 수준에 혀를 내두른다. 골과 경기 결과에 반응하는 일반적인 팬들과 달리 강릉을 중심으로 한 강원의 홈 팬들은 경기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최 감독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홈 경기에서 강원 팬들이 보여주는 경기에 대한 몰입도는 대단하다. 경기장 안의 관중 모두가 경기에만 집중하는 듯 슈팅 하나와 파울 하나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홈팀에 대한 칭찬과 원정팀에 대한 야유도 너무나 극명하게 체감할 수 있다.

지난 4일 있었던 강원과 포항의 리그 14라운드 경기에서도 이런 특징이 드러난 두 장면이 있었다.

#1. 후반 35분. 홈팀 강원이 0-1로 리드 당하는 상황에서 포항의 신형민이 그라운드에 넘어진 채 일어서지 않고 있다. 포항의 공격을 차단하고 반격에 나선 상황에서 공을 몰고 가는 이을용이 심판에게 시간을 끄는 행위라며 손짓을 했다. 강릉종합운동장의 관중들은 이을용의 지시에 따르기라도 하듯 일제히 포항 선수를 향해 세찬 야유를 퍼부었다.

#2. 4분 뒤에는 더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윤준하가 황재원으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강원이 동점골의 기회를 잡은 순간 포항 선수들이 판정에 격하게 항의했다. 포항 수비수 김형일은 자기 분을 못 참고 강원 벤치 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물병을 집어 던졌다. 그 순간 W석의 일반 관중들은 예의 없는(?) 김형일을 향해 수 차례 물병을 던졌다. 강원의 최순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나서 진정해 줄 것을 요청할 때까지 강원 팬들은 김형일의 행동을 지적하며 분노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강원의 '아저씨 팬'들은 포항의 구단 버스로 물려가 사과를 요구했고 김형일이 90도 인사로 잘못을 인정하자 그제야 분이 풀렸다는 듯 물러났다.

전후 과정 없이 팬들이 물병을 던지고, 넘어진 상대 선수에게 야유하는 모습을 본다면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홈 팬이라면 시간이 촉박하고 한 골이 간절한 상황에서 페어 플레이 차원에서 공을 바깥으로 차는 걸 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상대 선수가 던진 물병에 우리 선수가 맞을 뻔한 상황을 그냥 넘어갈 수도 없을 테다. 적어도 강원 팬들이 보여준 모습은 일탈이나 소요가 아닌 축구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를 보며 그 곳 선수들의 현란한 기술만큼 아쉬웠던 것은 경기장 전체에서 선수들의 플레이와 기막히게 일치하며 터져 나오는 중저음의 함성과 탄식이었다. 일부 서포터즈에 주도되는 응원이나 함성이 아닌 경기장 전체가 반응하는 축구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다면 강원FC의 홈 경기가 열리는 강릉종합운동장을 찾을 것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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