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서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흐르고 바람을 안고 흐르고 구름 속에서 흐른다.
우리도 산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하늘처럼 흐르고 있다.
내가 가면 밤이오고 내가 오면 해가 뜬다.
내 안에 우주가 있고 우주 안에 내가 있다.
세월이야 가던 말던 건너던 징검다리 위에서 잠시 멈추어 서다.
돌 위에 산이 서다.
산보다 더 큰 산인 사람이 서다
산보다 더 골 깊은 인생이
딛고 가던 작은 돌 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다.
작은 돌 하나를 딛고 산이 쉬어가다.
작은 돌 하나면 산보다 더 큰 산이 쉴만한 족한 자리다.
내가 서면 시간이 멈추고
내가 텅 비면 삼라만상은 흐르던 내 시간을 텅 비워 놓는다.
산이 가네
바람소리/김윤기
산이 떠나네
작은 산이 품었던 깊은 산이 떠나네
강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푸득 푸득 날아오른 까마귀, 검은 날갯짓 스치는 바람을 타고
저 숲 뻐꾸기 울며 따라나서고 산비둘기 구구구 울었네
산밖에 모르던 산지기 영감 살던
골 깊은 산 하나 무너져
강으로 가네
바다로 가네
가서 은빛으로 흐르고
천만년 넘실거리고 싶어
하얀 나비떼처럼 날아올라
강으로 가네
바다로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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