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만추
설익은 내 자유는
스치듯 가는 가을 햇살에도
알알이 익어간다,
나의 가을은 짧지 않다
산수유 곱게 익을 넉넉한 시간
진즉
젊은 나의 날은 지루했다.
무더운 여름날처럼
** 쪽지 **
내 자유를 아사간 청춘은 갔어도 미련이 없다
만추같은 나이에 이르러 그 자유를 조금씩 찾아 누린다.
스쳐간 것이 너였구나
청춘 그리고 인연이라는 것
골깊은 내 청춘은 스스로 흘러가 고맙지만
맺어서 연연하던 내 인연이
옹졸한 마음 하나로 가벼이 끊어짐은 허망한 것이다
해와 별이 뜨고 지는 하늘과 땅 사이
그 넓은 곳은
사랑하는 네가 곁에 있어도 더러는 외로운 곳
인연이여!
너와 나의 결별은
바라지 않아도 오고 말, 죽음의 날에 선언하여도 늦지 않다
수의 적삼에 품고 갈 아무것도 없는 가슴으로
하늘을 찟고 땅을 파헤쳐 너와 나의 인연을 끊은 들 무엇을 얻겠느냐
그 인연이 위기를 맞은 너를 건져줄 수도 있고
죽음으로 부터 나를 구해줄지 누가 알것인가
내 가슴은 평온하여도 창밖은 바람 부는 날 있다
세상의 온갖 것 다 가져도
진실한 사랑으로 맺은 인연이 없다면
여전히 고독한 곳이
하늘과 땅의 사이가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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