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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윤기 선배님의 영전에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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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부고에 추도의 글을 쓰고자 하나 무엇을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그저 황망하기만 합니다.
뵈옵고 공사 일들을 의논 드린 것이 두 달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무엇이 그리
그리도 급하셔서 서둘러 떠나셨습니까.
아직 모교를 위한 일이나 선배님의 그간 작품활동을 잘 마무리하실 일까지 겹
겹이 남아있는데 어찌 그 마져도 외면하시고 떠나십니까.
선배님께서는 모교에 대한 애정이 워낙 각별하였음은 중앙고 동문이라면 누구
나 아는 사실입니다. 더러 오해와 눈총을 받으실 때도 있었습니다만 개의치 않고
초지일관 오직 모교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하셔서 동문들의
소통과 단합을 이루게 하시는 큰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90년사 편찬위원장으로 막중한 역할은 물론, 시인으로 캘리그래퍼로 자신의 예
술세계를 확고히 가지고 계셨고 이를 통해 모교와 모교의 홈페이지의 격을 몇 단
계 높이셨던 선배님이셨습니다.
불과 2주 전에는 카톡으로 능소화 사진과 함께 ‘겨울밤의 단상’이라는 시를 보내
주셨습니다만 이 시가 유고가 될 줄 그 누군들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사경(四更)에 일어나 등잔에 불을 밝히고
새벽을 더듬어 본다.
(중략)
오경(五更)으로 접어드는 적막과 어둠
서서히 밝혀놓고 실없이 웃고 있다
여명이 눈을 비비며 찻잔을 비운다.
차향이 짙다.
보내주신 시를 읽고 건강 잘 챙기시고 새해에도 좋은 작품을 기대한다는 답글을
드린 것이 마지막 소통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언제나 선후배 사이에 가교가 되시고, 카메라를 들고 행사현장을 빠지지 않고
동분서주 누비시던 열정적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영영 그 모습을 뵈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선배님의 유고
가된 시에 등장하는 향기 짙은 차 한잔 대접드릴 기회도 갖지 못하고 놓아드려야 합
니다.
많은 동문들의 깊은 슬픔 속에 이제 하늘의 별이 되십니다.
그곳에서 언제나 모교의 발전과 동문들이 하나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고
이승에서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평온히 영면하시옵소서.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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