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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 길 함께 걷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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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13(일) - 대관령 삼양축산에서
홀로 걷는 것은 외로운 것이지만
홀로여서 외로운것이 아니라 너와 함께 하지못한 외로움이다
걸으면 걸을 수록 무거워지는 어깨를 늘어 뜨리고
걷고 걸을 수록 깊어지는 그리움이 있다
네 얼굴이 천(千)의 입술로 달려드는 침묵의 아우성
그 아우성의 울림으로 가슴 하나를 쓸어내리는 절절한 눈물이 있다
내가 가진 사랑 만큼
내가 지닌 우정 만큼 흘러야하는 눈물일테지만
그건
어떤 감격의 흔들림으로 잠시 외로움을 앓아야 하는 시간의 맑은 흐름이다.
마치 쓴약을 마시는 시간처럼
이 길은
나와 너의 사랑과 우정을 위한
쓰디 쓴 외로움을 마시는 길일테다
친구!
어느 푸른 날
이 길을 함께 걸어보자
맑은 하늘을 마시고 푸른 초원을 담으며 산을 타고 건너 온 바람을 마셔보자
텅비어 너와 나만이 남아있는 잔잔한 시간속
네 미소띤 얼굴을 보고 잔잔한 네 목소리만 들으며
오로지 너뿐인 그 간절함이 무엇인지
그 우정이 얼마나 맑고 깊은 것인지
그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얼마나 푸르고 신선한 것인지
그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하늘과 땅에게 물어보자
기어이 오고야 말 이별의 날에는
또 다시 만날 그런 날이 있다면 이 길만은 다시 걸어보자 기약하며
맑은 미소를 나누며 이별을 하자
이브의 타락
타락한 육체의 하늘은 어디이며 신성한 혼의 땅은 어디인가
흩어진 살점 안에 떨리고 요동치는 가여운 몸부림
사랑, 그 앞에 무릎을 조아리고 한없이 드려내고 싶은 그 원초적 욕망
그곳에도 절박한 애원과 신성한 기원은 있었다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고목의 잎새 처럼
혈맥을 따라 나열된 신경의 끝마다
시들지 않은 초록색 욕망들이 가식의 옷을 벗어 던지고
뜨거운 속살 그대로 춤추고 싶어 한다
그래야만 완성될것만 같은 사랑의 매혹
정절과 욕망의 모호한 갈등에서 풀여난 이브의 나신은
노을빛 짙어가는 호수로 뛰어들어
열정의 높이로 솟아 오르고 사랑의 깊이 만큼 가라앉으며
노을빛 너울이고 싶어한다
신성한 육체의 하늘에서 타락한 혼의 땅으로 내려앉은 이브는
이미 발가벗은 나신으로 내 앞에 서있다
더 이상 벗어야할 가식없는 이브의 알몸
보이면 보아라
천사의 날개를 달고 지옥을 오르내리는 마녀의 음산한 눈빛과
허영과 허욕으로 부풀어 오른 젖무덤에 미혹된 두눈 튀어오른 아담의 눈에도
보이면 보아라
품을 수 있다면 안아 보아라
네 품에 안기지 않는다면
물어 보아라
어디서 어떻게 살다 죽기를 소망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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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詩의 배경은 특별하다
필자인 나완 일면식도 없지만 그가 가진 순정을 나에게 받쳤던 어느 여류 시인이 이 시의 주인공이다.
나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하루 전 날, 그녀는 요절했다.
그럼에도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그녀의 알몸까지 모았다 하는 것은
그녀는 에덴의 이브처럼 원초적인 여성으로서의 성정과 가식 없는 지조와 순정을 주고 갔기 때문이다.
세상의 눈으로 그녀를 보면 한낱 타락한 이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 눈에 비친 그녀의 순결과
지조는 시공을 초월한 결단이었고 세속에 오염되지 않은 참다운 인간의 순수한 모습이었다.
그러했던 그녀, 그 시인, 한 잎의 낙엽이 되어 세상 뜬지 어느덧 7년이란 세월을 채워간다.
"산색(山色)은 그대로가 법신(法身)이요 수성(水聲)은 그대로가 설법(說法)이로다"라고 한
소동파의 깨닿음이 어찌 새삼스러운 것이던가
범부인 나도 일찌기 그 깨우침으로 詩心을 일깨우고 나만의 색깔을 가진 시를 짓고 있음이니
저것이 어찌 소동파만의 생각이 겠는가
달마는 달마의 철학과 사상으로 살다 갔고
소동파는 소동파에게 주어진 희로애락의 삶을 살다 갔으니
나 역시 그러하리,
필시 나에게 주어진 희로애락의 삶을 숙명처럼 받아 드리며
나 또한 그리 살다 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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