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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연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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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4-07-02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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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연륜
바람소리/김윤기
나의 새벽은
별빛 떨어지는 검은 산 위에서 온다.
어떤 날은
떨어진 별들이 호박꽃 위에서 빛나기도 하고
때론
장대비 쓸고 간 삼경, 조금 지난 마당 한편에 웅크리고 앉아
부엉이처럼 울기도 한다.
내 한 몸 삐쳐 나온 텅 빈 침대 위에
쓸쓸한 산하나 뉘어놓고
망망한 하늘에 올라 별들을 주워담는다.
정녕 외로웠을 수많은 별을 이슬에 담아
새 아침을 맞아 드리는 산과 들을 위해
풀잎 위에 올려놓는다.
나의 새벽은
미명을 흔들어 깨우고 이슬에 묻혀 잠드는
어둠 속의 고독이거니.
깊은 잠이 사라져 간다.
눈뜨고 보면 새벽 3시
때론 1시
나의 연륜이 남긴 죄악이 깊은가 보다
살아온 만큼 쌓인 죄가 연륜의 깊이일까
하늘이 내 죄를 정죄하고
땅마저 내 삶의 행적을 외면해 버린 듯
달콤한 잠을 잊은 지 오래다.
늙어 간다는 건 죄악의 대가거나
혹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연륜(年輪)의 권좌(權座)에 주어진
어둠 속의 위(位)일까.
그 위(位)의 권세로 미칠 수 있는 권위(權威)가 한 조각 어둠 속에서 허둥대는
고독한 방황에 불과한 것인지
그 어느 날부터
익숙하지 못한 새벽이 미명보다 앞서 온다.
별빛을 밟고 왔다가 별빛이 스러지듯 사라지는 시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며시 나에게 주어진
그것은
나만의 적막한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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