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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곳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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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곳이 없네
바람소리/김윤기
하늬바람 스쳐 갔던 산마루 위에서
한 아름 별을 담아 안고
깊숙이 숨어 있던 내 안의 오지로 찾아든 마파람 소리
복사꽃 향기는 절로 번져 삼라만상 곳곳
그리운 맘 물들지 않은 곳 없다.
평생 걸치고 사셨던
헐고 낡은 무명 치마저고리 벗어 던지고
새 삼베 옷 갈아입고 떠나신 어머니
몹시 그리운 까닭
아직도 나는 모르고 운다네.
어쩌다 사바에 버려진 나더러
욕망의 시간 접어두고
산 머리 감싸 안고 맴도는 뜬구름처럼
욕심 없이 살라 하는가
어쩌다 꽃나무 그늘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는 나에게
오만가지 근심 접어두고
오만가지 미련 접어두고
꽃처럼 절로 피고 절로 지라 하는가.
나절로 왔으니 내 멋대로 살다 가리니
단 한 번 모지게 품은 사랑
버리고 떠나야 할 이유
어디 있으리.
단 한 번 오지게 품은 내 안의 단심
버릴 만한 정결한 땅
서쪽에서 바람(하늬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이 오고
남쪽(마파람)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봄이 온다.
봄 오면 진달래 산에서 피고 지고 복사꽃, 살구꽃 들에서 피고 지듯
겨우 내내 얼어붙었던 우리네 오감이 눈을 뜨고 일어난다.
나비가 꽃을 찾듯
그 누군가를 만나 더 없이 절절한 사랑에 빠지고 싶은 욕망의 계절이
봄이지만
피면 지고 마는 것이 꽃인 것처럼
잠시 스치고 가는 바람처럼 허망한 것이 인생인데 두
우린 그 뜨거운 열망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 맛에 속아 또 하나의 내일을 기다리고
또 하나의 계절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
또 하나의 내일이 기다리고 있고
또 하나의 계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욕망이며
접을 수 없는 것이 인간애다.
사랑(휴먼 인 러브)에 대한 열망 보다 더 뜨거운 명제가 그대에게 있다면
그대의 인생은 이미 인간미를 상실한 패작(敗作) 아닌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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