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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시공(時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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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4-06-01 16:21 댓글 0건 조회 1,0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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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시공


                          바람소리/김윤기

 

착한 천성에 썩지 않을 곧은 못 치고

걸어 두었던 시화 석 점


진심이 거짓으로 둔갑해 버린 이방에서

거두어 오던 날


생선 썩은 비린 내 나는 시화(詩畵)

열린 하늘 내려다보는 쓰레기장에

차마 못 버리고

죽어버린 시인의 혼절한 시가 은거할만한

골방 구석

 

처박아 두었던 것


소일거리 접어둔 비 오는 날 끄집어내어

쌓인 먼지 떨어내고

백치 같은 벽 위에 순한 못 치고

걸어 놓았다.


획 하나 고친 것 없고

색 하나 덧칠한 것 없어도

애틋한 시인의 로망스

석 삼년 곰삭은 흔적 위로

실바람 타고 번지는 동심원 하나


오!

아집의 길에 들어 서 허둥대던

선하디 선한 얼굴이여!

잔잔한 물결 위에 겹쳐 이내 그리운 까닭은

시공 속에서 뒤틀린

어처구니없는 어떤 모순일 뿐

 

못 다한 정

등지고 돌아 선 비망록에 남은

한 가닥 서러움일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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