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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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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06-16 12:55 댓글 2건 조회 8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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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급날

 

 

오늘은 봉급날이다.

원래는 내일인데 그날이 주말이라 하루 당겨서 나오는 구조이다.

직장이나 어떤 조직에서 정기적으로 급여 지급이 이루어지는 것을 총망라하여 봉급이라

칭한다고 한다.

저도 삼십 수년간을 봉급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매월 17)가 되면 당연히 나오는 급료로 알고 살아왔다.

IMF 때 봉급이 좀 깎여서 나온 것을 제외하고 끊임없이 몇 푼씩이라도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지금까지 왔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봉급체계는 연공 서열을 주로 하기에 나이를 먹을수록 얼마씩이라도

높아지는 추세선을 그린다.

이런 것이 좀 불합리하다고 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도 있지만 공무원사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악착같이 버티면 몇 푼이라도 더 인상된 급여를 받게 되는 구조이다.

임금피크제던 연공서열제든 간에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혈기 왕성하게 일 할 때 한 만큼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들도 나이를

먹게 됨에 따라 연공서열제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젊었을 때 사정없이 일하고 나이를 먹고 편하게 살겠다면 그런 구조의 임금체계가 있는

 직장으로 가면 될 것이다.

 

 

봉급을 받고 살아보면 현실 안주 쪽으로 인생의 핸들을 틀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인 곳이 이런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와 개혁, 창의성 발휘를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급여가 나오는 것이다.

굳이 자신이 선봉장이 되어서 개혁하지 않아도 남이 해 놓은 개혁 밥상에 숟가락만 얹히면

되는 구조이다.

 

 

교직 같은 경우에 특별한 창의성이나 변혁을 요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적어도 100년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행하는 직업이기에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공장에서 기계가 물건 찍어 내듯, 설치만 하면 이내 생산품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쁘게 다그치지 않아도 되는 구조로 되었기에 어느 집단보다 변화와 개혁, 혁신이 잘 이루어

지지 않는 곳이라 보면 될 것이다.

 

 

외부에서 보았을 땐 철밥통처럼 보이는 것이다.

교직계 내부를 잘 볼 수 없는 외부인이 봤을 땐 저렇게 해도 봉급을 타 먹을 수 있냐는 식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방학도 있고, 휴일도 제대로 타 먹을 수 있는 직장이라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근무해 보면 외부에서 보는 것과 같이 탱자탱자하면서 봉급 타 먹는

그런 공간은 아니라 본다.

만약, 방학이 없다면 많은 선생님은 정신병원에 들락날락해야 할 지경에 이를 정도로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봉급에는 애환이 묻어나게끔 돼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나오는 봉급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골이 아프던, 몸이 피곤하건, 정신건강이 피폐해지든 간에 뭔가 망가져야 나오는 급료라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저도 이제 이런 봉급을 타 먹을 기회가 두 번밖에 안 남았다.

처음 교직에 들어왔을 땐 한 당대 타 먹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봉급의 종점에 온 것이다.

6월 봉급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너무 무사안일주의로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봉급 타 먹는 끝자락에 와 보니 허무함과 함께 의미 없이 지나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간다.

뭣이든 닥쳐봐야 그 사정을 알 수 있다는 게 실감 난다.

좀 더 현명했으면 닥치지 않아도 알아서 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세월은 흘러가 버린 것을.......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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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회53님의 댓글

김양회53 작성일

영광스러운 퇴임을 두 달 앞두셨다니 말 그대로 시원섭섭하시겠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같습니다.
그동안의 수고로움에 대해 연금이라는 보상이 주어지실테니 인생 2막은 더욱 멋지게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두달을 앞 두셨지만 미리 그간의 수고로움에 감사드리며 축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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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전50님의 댓글

조규전50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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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아가면서 늘 위안이 되었던 단어가 "기회비용"이었습니다.
이것을 하면 저것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죠.
오랫동안 교직에 있는 바람에 다른 것을 해 볼 기회를 잃어 버린 거죠.
대신, 버티고 나 보니 교직은 신물이 나도록 해 본 것 같습니다.
어느 것이 최선이라 말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정답이 있다면 그길로 가면 간단히 끝날 일이나,
아무리 훓어봐도 정답은 보이지 않습디다.
그저 내가 하는 일이 정답이겠거니 하면서 살면
 그래도 큰 불만은 없으리라 보여집니다.
관심과 댓글에 깊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