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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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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4-07-24 01:06 댓글 0건 조회 9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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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소나기


                                        바람소리/김윤기

장대비에 젖고 있는 이른 아침의 어스름한 시간

목마의 등에 오른 내 청춘은 푸르던 숲의 검은 실루엣을 넘어

회색 빛 구름 속으로 긴 여행을 떠나고 만다.


핏빛 같은 와인의 향기가 코끝에서 남실대며

이 적막한 노령의 시간을 달래고 있다.


모호한 병명과 목숨 걸고 투병하고 있는 친구의 안부가 궁금하다.


이태전만 해도 종로 뒷골목 곱창 집 아랫목에 죽치고 앉아

소주 병 몇을 비우고

청진동 해장국 한 그릇에 쓰린 새벽을 달래며 귀가하던 친구였는데

세월의 허물 같은 이 절망한 시간의 편린을 긁어모으며

하얗게 입 다문 병실의 벽과 싸우고 있을 막막함이여!


친구야! 

그칠 줄 모르는 빗소리를 타고

짙푸른 나의 청춘이 절룩거리며 빗속에서 사그라져 가는 새벽과

아침의 막간에

세월의 늪에 빠진 회색빛 산비둘기

구구구 구구 울었다네.




새벽을 뚫고 장대 같이 쏟아내리는 빗속에서 친구의 너털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목소리 우렁차고 지번했는데 말이다.
그 친구, 나처럼 늙었다면 늙었고 아직은 아니라면 아닌 선이 없는 모호한 나이다.
그 친구의 투병일이 점점 길어져 가고 있다는 서러운 소식 앞에 인생에 대한 허무감 마져 짙어진다.
빌어먹은 놈, 무엇이 그리 탐나 쓸데없는 세월을 빌어먹고 저 지경이람, 
오늘따라 저 하늘마져 왜 저리 검어 보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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