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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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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방식
바람소리/김윤기
늪과 궁창 사이로 둥둥 떠올라 떠다니는 검푸른 바다
그 바다의 밑창은
또는 그 바다의 꼭대기는 미궁에 빠진 절망과 허탈함이 전부다.
그 바다의 언어는
현재나 미래에도 해독할 수 없는 절규이거나 침묵일 테지만
가끔 시간과 시간의 사이에 낀 찰라에서
절박한 시간을 뛰어넘지 못했던 비명 소리가 들리곤 한다.
오징어 떼를 유혹하는 집어등의 집요한 섬광처럼
궁창의 둥근 천정에 달과 별들을 걸어놓고
제 태어난 곳, 살던 곳조차 잃어버린 자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있다.
절규는 또는 침묵은 점점 깊어져 삼경에 이른 이슥한 밤이 온다.
팽목항에서 한반도의 끄트머리까지 몸서리치던
트라우마까지
이제는 살아남은 자의 절규가 비명처럼 들린다.
결국 살아남은 자의 침묵 속에 묻히고 말 죽은 자의 침묵이
팽목항 앞바다에서 또는 한반도 끄트머리에서
급한 물살을 견디고 있다.
치부에 눈 먼 자들에 의해 수치스런 역사가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도도한 침묵의 방식에 의하여
또는 망각의 습관에 의해.
자신의 치부를 위해 수많은 목숨을 담보로 바치고도 말도 안 되는 변명과 도피로 지은 죄를 모면하고
역사적 심판을 비켜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면수심의 선원들과 유 머시기
그리고 그들을 비호하는 무개념 광신도들
아울러 그들이 던져주는 팥고물에 눈이 어두워 국민의 안전을 엿 바꿔먹은 관피아들
참사의 비극이 마치 정치적 기회인양 민심을 충동질하고 그 민심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이용하려는
몇 몇 정치인들의 눈알 속에도 진정성 있는 애도의 눈물방울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참사로 인한 유족들의 슬픔을 다소나마 풀어주고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책임져야할 정부
또한 뼈를 깎는 각성과 개복숭아 가지치기에 불과한 쇄신이나 개혁을 뛰어넘어 뿌리째 뽑아치워야 할
것은 과감하게 뿌리 뽑고 달고 탐스런 복숭아를 다시 심어 가꾸어야 할 혁명적인 의지와 결단으로
전 국민이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는 대업을 완성 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도원에 향기로운 꽃들이 피고 지면서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세월호 참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내린 하늘의 메시지가 어떤 의미인지 겸허히 헤아려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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