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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의 숲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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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4-08-06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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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의 숲은
바람소리/김윤기
검푸른 숲이 머리를 치켜세우면 여지없이 비바람이 몰아치고
밤새도록 산의 등성을 배회 하다가 새벽녘에야 선잠 드는 한여름 숲의 습성도
새벽안개를 몰아낸 비바람의 횡포엔 오금을 못 펴고 한 쪽으로 기울러져
일어설 줄 모른다.
숲의 습성을 빼닮은 내 사랑 또한 비바람 속에서 눈을 뜨고
산의 능선을 배회하며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남아있는 애틋한 이름 하나 호명하며 엉엉 울어 댄다.
일찍이 산을 향해 길을 열어놓았던 나의 여름은
운명보다 더 날카로운 사랑의 습관에 의해
스스로 제 살을 베고 피 묻은 맨발로 비바람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일천 번 죽어 일천 번 살아나는 내 사랑의 습성을 닮아
저 산의 숲은 늘 내 곁에 남아 한여름 비바람 치는 날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기도 한다,
제 살을 잘라먹고 아사(餓死)를 모면한 시간
그 짤막한 시간의 유희
인생의 희열은 그러하다
제 뼈를 갉아먹고 아사(餓死)를 모면한 사랑
그 뜨거운 시간의 고독
그 고독한 시간을 불태우던 불꽃이 사랑이거니
아사라
사랑할만 할 때 끝나는 인생을 두고
그 무슨 얼어죽을 잡소리람
나,
오장육부로 울며 이 세상과 만났으니
떠날 땐
차마 울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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