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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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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산행기
“산에는 왜 가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이에 각양각색의 답이 나오리라 본다.
그 중 가장 대중적인 답은 건강증진을 위해서가 주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냥 답하기 쉬운 말이 그 말일 것이다.
산행을 하는 숨은 목적은 다양하리라 본다.
겉으로 표현하는 답과 내심의 답이 다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산행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도와 목적이 스며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행은 건강증진뿐만 아니라 심신의 단련, 복잡한 일상사에서 탈피, 대자연과의 교감, 때 묻지
않은 신선한 공기와의 만남, 계절변화에 따른 신비한 자연현상 구경, 웅장하고 장엄한 산과의
만남, 산야초나 풀벌레와의 조우, 인간이 가지는 신체적 한계의 도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시간 때움, 동행하는 사람과의 인간관계 정립, 수많은 여행 중 한 주제, 산행 음식을 즐기기 위한
방편 등 다양한 목적이 있으리라 본다.
우리 key-k 산악회는 동문과의 유대관계를 주축으로 움직여진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같은 학교를 나온 선후배들이 등산이라는 공통의 대상을 가지고 동행을 하는 모임인 것이다.
묶여진 집단의 성격이 비교적 단순한 셈인 것이다.
벌써 몇 십 년 동안 끊어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다는 것은 그만큼 선명성이 강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번 산악활동은 정선에 있는 민둥산이다.
민둥산은 산에 있어야 할 나무가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이다.
옛날에 땔감으로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 쓰던 시절에는 민둥산이 너무나 많았었다.
그러던 것이 연탄과 석유, 가스가 나오면서 산은 점점 나무로 뒤덮이게 되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산에 나무를 베어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나무들이 알아서 크게 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선의 민둥산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억새가 워낙 강하게 크다보니 나무들이 우점을 못하고 미끄러지는 상황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그렇게 광범위한 지역에 나무가 자라지 않고 억새만 자란다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억새만 자랄 수 있도록 인간이 인위적으로 나무를 벌목한 결과에 의해서 지금의 그런
모습이 연출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던 정선의 민둥산은 우리나라에 몇 개 없는 억새 군락지 중에 대표성을 띤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활하다.
가을 초입이 되면 억새가 이삭을 내 밀기 시작한다.
9월 초입이면 억새가 패기 시작한다.
이로부터 시작하여 완전히 패게 되면 억새꽃이 온 벌판을 뒤덮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바라보는 억새꽃은 기상조건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오늘같이 흐린 날 보면 억새꽃은 여지없이 회색으로 보인다.
대신에 눈이 부시지 않아서 아무리 봐도 눈물이 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제대로 된 억새를 보자면 구름이 적당히 낀 가운데 푸른 하늘이 절반 정도 차지할 때가
아닐까 싶다.
전형적인 가을날의 높은 구름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그 햇살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억새꽃은 시시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보다 더 감동적일지도 모른다.
억새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특히 12시 전후로 해서 민둥산 정상에는 인사태가 날 정도였다.
정상 팻말을 안고 사진을 찍기 위하여 선 줄이 장관이었다.
마치 산 정상 팻말과 인증샷을 찍으러 온 것이 목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거기서 점심 보따리를 펴 놓았다가 인파에 밀려 결국은 그 밑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정선에 사시는 선배님이 특별히 산 정상까지 직접 공수해 오신 정선막걸리과 정선의
토속적인 부침개가 일품이었다.
덕분에 이번 산행을 같이 한 동문들은 더 의미 있는 점심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각자 준비해 온 음식과 특별식을 가지고 거나하게 식사를 한 후 하산하게 되었다.
마침 민둥산 억새축제가 열리는 시점이라 정선 증산초등학교 근방은 축제의 물결로 가득 찼다.
품바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정선에서 나는 벌꿀이나 농산물 판매 코너와 함께 각종 음식을
파는 부스들이 있었다.
우리 팀도 몇 몇이 정선 감자부침개에다 막걸리를 한 잔 씩 기울이는 기회도 가졌다.
아침 8시에 강릉시청 버스정류장에서 떠난 key-k 산악회원들은 대관령을 넘어 진부를 거쳐
정선 남평을 지나 정선 시내를 거쳐 민둥산 근처까지 갔다.
버스에서 하차하여 민둥산 산행을 마치고 증산초등학교 근처 행사장에 다시 집결하여 귀향
버스에 몸을 실었다.
무엇을 보았느냐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아니면 무엇을 느꼈느냐에 역점을 둘 것인가는
개개인의 판단 몫이라 본다.
그보다 한 발 더 나간다면 가서 보고 느낀 것을 일상사에 녹여 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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