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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 세종대왕
바람소리/김윤기
친구! 우 린 궁둥이 빨간 원숭이 꼬리를 잡고 늘어지다 제풀에 손 놓고 인간사 거리에서 밀려난 이방인 오래전에 종로에서 무교동에서 혼란스런 그 흔한 행렬에서 추방 당함으로 자유를 얻은 보헤미안이지
현란한 네온사인과 요염한 미혹이 눈물처럼 철철 넘쳐 흐르던 명동의 거리 함박눈 펄펄 꼬리를 치던 무교동의 크리스마스 이브 절반쯤 죽음으로 침몰한 삶이 한 잔의 술기운에 기적처럼 일어서던 농익은 입김은 가로등 불빛에 버무려진 창마다 말갛게 매달려 흠뻑 젖은 채 흐르던 도심의 겨울밤 한 때 흥청대던 젊음.
그래, 마른 침도 샘 솟게 하던 사랑의 언약 그 모든 것들이 난무하던 세월도 잊혀진 계절처럼 떠나고 말았네 고등어 등짝처럼 검푸른 빛과 새콤한 사랑의 미열은 아직도 입안 가득 고이는데 낡은 세월을 붙들고 사는 우리들의 거리 못 견딜 만큼 황당한 좌절, 맹물만 마셔도 목구멍 따가운 적막 어쩌리 많은 걸 잃었고 버렸고 십어 삼키고 비웠다 싶은데 내 몸 천근 같은 오늘 세종로 세종대왕은 여전히 웃고만 계셨네 가볍게 가볍게
천둥소리는 벼락 치는 소리다
하늘을 찢어 땅을 흔드는 절규다
죄짓지 말라 서로 사랑하라 변절하지 말라 계명을 내리며 탄식하는 하늘의 소리거니
하늘과 땅이 한뜻이 되고자
땅을 품어 안는
하늘의 애원이거니
빛이 있음으로 어둠이 있듯 유한한 것이 있으면 영원한 것도 있기 마련이다. 인생은 유한 하지만 그 생의 끝으머리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영원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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