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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의 추억(고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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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의 추억 (고향집)
내가제일 가고 싶은 곳은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아니다. 또한 명승고적도 아니요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다. 요정도 아니다.꼬불꼬불 이어진 논둑길 따라 산 밑의 오막살이집으로 가고 싶다.밤이면 희미한 등잔 불빛이 새어나오고 앞마당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들이 고개를 내 밀고 나를 기다리는 집 장마철이면 군데군데 그릇을 받혀 똑!똑! 낙수 물소리를 듣고 겨울이면 춥다고 문풍지가 울어댔지만 어머니가 화로를 껴안고 나를 기다리시던 오막살이집으로 가고 싶다.
봄이면 복사꽃 만발하여 벌, 나비를 불러 모으고 아버지께서 비탈 밭 한 뙈기 갈아 업고 나면 어머니가 타 오신 미숫가루 한 대접을 마시는 사이 어미 소는 송아지를 불러 젖을 먹였다. 여름엔 나무 그늘 밑에서 매미들이 불러주는 자장가에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던 곳 앞산에 울긋불긋 단풍이 들면 옥수수 우리를 돌며 숨바꼭질하던... 좁은 앞마당 멍석 위에 널린 고추를 말리시는 할머니의 손길을 바지랑대 꼭대기에서 지켜보던 고추잠자리는 어디로 갔을까?
소설 ,대설에 접어들면 지붕 위에 복스럽게 쌓인 눈은 고요 속의 별장이었다. 마당 한편에 쌓아놓은 눈 더미에 굴을 뚫어 에스키모 집을 만들었고 반대 편으로는 썰매장도 만들어 썰매를 타다 보면 겨울철 짧은 해가 서산에 걸리고 굴뚝의 하얀 연기는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아버지께서 우물길 눈을 치우고 나면 할머니는 뒤따라 재를 뿌리시던 모습! 다시 회상해보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할머니는 얘기꾼이셨다 화로에 고구마를 묻어놓으시고 그 고구마가 익을 때까지 심청전 이야기를 둘려주셨고 사랑방에서 자리를 매시던 할아버지는 고구마 타는 냄새를 일러주셨다.
할아버지 산소가 뒷동산에 있어 1년에 한 번씩은 옛 고향 집터를 둘러보곤 한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헐어진 돌담만이 옛날의 추억을 싹 틔울 뿐 복숭아나무도 없다 납작한 돌을 주어다 만들었던 장독대에는 깨진 사금파리 몇 조각이 대신하고 할머니가 재를 뿌린 우물길에는 명아주 수풀로 무성하다. 필요에 따라 모든 사물이 같이 있다가 사람이 사라지면 같이 하던 사물들도 따라 가는 게 이치인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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