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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노부부의 사랑법 (최돈설 강릉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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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 2015-12-18 16:21 댓글 0건 조회 1,0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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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노부부의 사랑법

최돈설 강릉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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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접촉의 힘을 보여주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어딜 가든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물어보았습니다.“서로 참 사랑하시나 봐요, 두 분이 손을 항상 꼭 쥐고 다니시네요.” 그러자 남편이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손만 붙잡고 다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서로 `꼭꼭꼭, 꼭꼭'을 한답니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얘기를 계속 하셨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다니다가 제가 엄지손가락으로 아내의 손을 `꼭꼭꼭'하고 세 번 누르곤 합니다. 그러면 아내도 엄지손가락으로 `꼭꼭' 하고 두 번 눌러 줍니다. 아내가 먼저 `꼭꼭꼭' 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 저도 즉시 `꼭꼭' 하고 반응하죠. 우리 둘 사이에서 `꼭꼭꼭'은 `사랑해'라는 표시이고, `꼭꼭'은 `나도'라는 표시입니다.”

그 어르신은 그렇게 말한 뒤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가 `꼭꼭꼭, 꼭꼭'을 시작한 게 아니에요. 따라하는 거랍니다. 이웃에 우리보다 더 나이가 많은 노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두 분은 마치 젊은 연인처럼 손을 꼭 잡고 다녔답니다. 한데 부인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더니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부인은 산송장일 뿐이었죠. 호흡만 붙어 있을 뿐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아내에게 하지 못한 일이 생각났습니다. 즉시 아내의 손을 붙잡고 전에 하던 대로 엄지손가락을 펴서`꼭꼭꼭(사랑해)' 하고 세 번 눌러 주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아내의 엄지손가락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힘겹게나마 `꼭꼭(나도)” 하고 남편의 손등을 누르며 반응했던 겁니다.

그때부터 남편은 아내의 곁에서 손을 붙잡고 계속해서 `꼭꼭꼭'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아내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뒤 놀랍게도 아내의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꺼져가던 생명의 심지에 `꼭꼭꼭, 꼭꼭'이 불꽃을 일으켰습니다. 사랑이 죽어가던 생명을 구해낸 것입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고 우리 부부도 손을 붙잡고 다니면서 `꼭꼭꼭, 꼭꼭'을 실천하기 시작했죠. 정말 행복합니다.”

접촉으로 기적을 만든 노부부의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는 서로 얼마나 접촉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가족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지도 오래입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립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몸을 통해 마음에 다가가면 긴장으로 막혔던 것이 이완되면서 몸의 순환이 원활해집니다. 몸이 평정을 되찾으면 정신적 외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듯 접촉은 몸을 통해 마음을, 마음을 통해 몸을 바라보는 소통의 방법입니다.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이는 피부의 감각이 인간 존재의 깊은 곳에 닿아 정신과 연결된다는 의미입니다.

오는 22일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입니다. 초록과 꽃의 계절이 단풍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녹색 공장 가동을 멈추고 겨울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긴 겨울 산은 언제 봐도 고졸한 맛이 있어 좋습니다. 멀리서 보면 한 폭의 수묵화 같기도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를 결산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사랑하는 아내, 남편, 자녀, 부모님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은 손길을 건네 보세요. `꼭꼭꼭, 꼭꼭'을 실천해 보세요. 그럼, 우리의 행복도 소박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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