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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기고 "마음은 눈"-최돈설 강릉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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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5-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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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돈설 강릉문화원장 |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공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채나라로 가던 중에 양식이 떨어져서 채소만 먹으며 1주일을 버텼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공자도 기운이 없어져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공자가 아끼는 제자였던 안회(顔回)가 어디선가 쌀을 조금 얻어와 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밥 짓는 냄새에 잠을 깬 공자가 무슨 일인가 싶어 부엌을 들여다보았는데, 마침 안회가 솥뚜껑을 열고 밤을 한 움큼 꺼내어 입에 넣는 중이었습니다. 그걸 본 공자는 `안회는 평소 내가 밥을 다 먹은 후에야 밥을 먹었고 내가 먹지 않은 음식에는 수저도 대지 않았는데, 그런 모습이 모두 거짓이었단 말인가? 다시 가르쳐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안회가 밥상을 차려서 공자에게 가지고 왔을 때 공자는 어떻게 안회를 가르칠까 생각하다가 기지를 발휘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회야, 내가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시더구나.” 공자는 제사 음식이야말로 깨끗해야 하며 누구도 먼저 손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이용해 안회를 가르치고자 했던 겁니다. 그러자 안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 밥으로는 제사를 지낼 수가 없습니다.” 이에 공자가 놀라서 “왜 그러느냐?”하고 물었더니 안회는 “이 밥은 깨끗하지 않습니다. 조금 전 뚜껑을 열었을 때 천장의 먼지가 내려앉아서, 선생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덜어내어 먹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안회를 의심한 것이 부끄러워진 공자는 제자들을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구나. 너희도 기억해 두어라.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쉽게 단정하는 습관은 오해와 분란을 야기합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일에 있어서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성인 반열에 든 공자도 그러했는데 하물며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쉽게 남을 판단하곤 합니다. 외모나 행색만으로 그의 인격까지 넘겨짚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첫인상만으로 편견을 갖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대와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한다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리더라면 자신의 눈과 머리를 맹신하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니까요. 요즘, 출근하면 가끔 시집(詩集)을 들추어 보곤 합니다. 시인들이 고르고 캐낸 빛나는 언어와 곰국처럼 잘 우러난 사유를 만날 생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시집 한 권이 미안할 정도로 싼 게 현실입니다. 고뇌로 지새웠을 시인들의 밤을 생각하면 죄스러울 지경입니다. 저는 시인들의 치열한 사유를 거의 공짜로 받아먹고 있는 염치없는 독자이기도 합니다. 때마침 불어온 서향(書香)으로 탯줄 묻은 향리(鄕里)에서 독서대전을 성사시켰네요. 길을 걷다 코끝에 감긴 봄 내음, 우연히 내 귀에 날아든 노래 한 가락에도 문화가 담겨 있는 곳이 강릉입니다.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해 2018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갈무리하기를 기원 합니다. 사색하기 좋은 봄볕으로 한 폭의 풍경화가 펼쳐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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