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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속에 지나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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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엔 소풍날을 손곱아 기다려 본적도 있다.
설날 추석날은 어머니가 준비하시는 과정을 보고 짐작
할 수 있었으며 성인이 되어 군 생활을 할 때 전역 날짜를
받아놓고 사간을 세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는
설렘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모든 날들이
집 월세를 줘야 되는 날처럼 왜 그리 빨리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편지 올 때만 기다리는 어머니는 까만 모자에
누런 가죽가방을 맨 우체부 만 봐도 반갑다 그러나 집 앞을 그냥
지나치면 서운함에 눈물이 핑 도시는 어머니는 군에 간 아들의 편지를
기다림이었다. 어느 해 설전에 눈이 일 미터가 넘게 왔다 아들이 설 쉬러
오는 찻길을 마련해 놓고자 백 미터가 넘는 골목길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버지...담장 밑에 노란 민들레꽃 피면 노랑나비가 날아올 때가지 지켜봐
주는 것은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다가오는 것이 세월이건만 왜 그리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던가? 정주영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분은 잠자리에 들 때 마침 내일은 소풍가는 날처럼 설렘
속에서 잠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하셨다. 그분은 항상
내일에 대한 기대감과 두툼한 뱃장이 있었기에 현대라는 기업을
선물하시고 돌아가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기다림이란 이렇게 환희의 기다림도 있고 초조의 기다림도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때 어린애를 업고 백화점에 들려 사고를 당한
젊은 부인이 있었다. 이 부인은 운이 좋아 기둥 모서리 빈 공간에서
하루가 지나도록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쪽으로 벌어진
틈새를 통해 악을 쓰며 외쳐댔지만 나중에는 신음소리에 불과 했다
구조대원의 귀에 신음소리가 들렸다
밧줄이 구멍사이로 내려오자 아이를 매달아 밀어 올린 다음 네 시간
후에야 구조되었다 세월이 지나 나중에 그 부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내 인생 반절은 기다림 속에서 살았다고”
우리의 인생에서 기다림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아침 일찍 일어나 대문 앞을 서성이며
신문을 기다리는 사람 시장 귀퉁이에서 푸성귀를 펼쳐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 소나기 내리는 어느 날 낯선 처마 밑에서 애인을
기다리는 처녀가 있는가 하면 함박눈 내리는 가로등 밑에서 처녀를
기다리는 총각도 있다.
4.13총선 개표 결과를 기다리는 후보자들의 얼굴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엎치락 뒤치락 집계 표 숫자가 바뀔 때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 그들의 심정은 다음 선거에 기대하기보다는 미 개봉
투표함에 기대를 걸고 있었을 거다. 이렇게 조바심 나는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푸른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가 물어줄 때만을
기다리는 여유로운 기다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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