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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일보 기재글 "강릉 뭣이, 좋은데 " - 최돈설 강릉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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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 2016-08-10 17:36 댓글 0건 조회 1,0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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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아름다운 고장이다. 자연은 풍광 깊고,역사는 유구하며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겹고 순후하다. 우리나라 척추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과 푸른 동해바다가 빚은 강릉은 자연과 역사가 맞닿아 솔향(松鄕),문향(文鄕),예향(藝鄕·禮鄕),수향(壽鄕),선향(禪鄕)의 도시로 빼어난 곳이다. 혹자는 말한다. 강릉은 봄이 좋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신록의 기운이 좋다. 길섶에서 하나둘 고개드는 들풀이 좋고,솔내음 가득한 숲속에서 싱그러운 아침 새 소리가 좋다.

아니다. 강릉은 여름이 좋다. 이슬에 목청을 가다듬는 뻐꾸기의 인사 소리가 좋고,하얀 모래톱을 서걱되며 푸른 창파에서 우람하게 솟아오르는 해를 맞는 바닷가가 일품이다. 무슨 소리! 강릉은 누가 뭐래도 가을이 일품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채색하는 가을이면,강릉은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 가을이 되면 강릉의 산은 특별한 선물을 마련해 놓는다. 낙엽이다. 산행하면서 발목까지 푹 파묻히는 낙엽 밟는 기억을 강릉은 가을마다 당신에게 선사한다.

그래도,강릉은 겨울이 제일 예쁘다. 한밤중에 반가운 손님처럼 함박눈이 소복이 내리면,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활짝 피어 아침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풍경이 절로 연출된다. 또 겨울 산은 고졸한 맛이 있어 좋고,멀리서 보면 한 폭의 수묵화 같다. 그 위에 낙관처럼 낮달이라도 뜬다면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무래도,강릉은 사계절에 하나 더 추가하면 ‘여행’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여행’ 곧 오계(五季)로 살아가는 곳이다. 강릉은 깜깜한 밤이 좋다. 경포의 밤은 진정한 밤이다. 사람이 만든 불빛은 사라지고,오색 달빛과 별빛만 밝히는 시간이 도래한다. 아무도 없는 칠흑 같은 밤 혼자 경포대를 걸어 보시라. 달의 숨소리마저 들리는 듯하다.

지난주 ‘오색달빛 강릉야행(夜行)’을 끝내고,늦은 밤 홀로 경포호를 서성거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신록 가지 사이로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물소리,바람소리,그리고 나의 숨소리. 신록 사이로 한 줌 불어대는 바람보다 더 크게 들린 건 내 숨소리였다.

불을 끄면 달이 보이고 별이 보인다. 달빛 아래서,별빛 아래서 강릉은 다시 환해진다. 길이 보이고,선남선녀의 눈동자가 보이고,수줍게 내민 한 송이 가시연 군락의 꽃이 보인다. 경포호는 손가락 걸던 보름달 아래의 언약을 팔고,별 헤는 밤의 기억을 판다. 그리고 고요를 판다. 그래서 강릉이 좋다.

오늘은 강릉 유일의 스토릴텔링 인형극,‘명주인형극제’가 강릉의 밤을 밝힌다. 2014년 첫 축제를 시작으로 이번에 세 번째 개막식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깊은 시름 날리고,좋은 추억 쌓으면 한다.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는 앤드루 매슈스의 말처럼 여행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번 주 내내 펼쳐지는 명주인형극제에 여행가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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