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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와 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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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와 죽을 때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할 수 있는 일은 울음입니다
두 번째가 엄마의 젖을 찾는 일입니다 목욕도 시켜주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배내옷으로 갈아입혀주고 한 치레가
지나면 배꼽의 탯줄도 말라 떨어져 나갑니다 까꿍! 하고
얼려주면 웃음도 배웁니다 아기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완력
운동이나 근력운동을 안 했음에도 손으로 움켜쥐는 힘과
입으로 빨아 당기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다고
합니다
다들 알고 계신 일이지만 배내옷은 팔소매의 길이가 손끝
보다 길게 만들어져 있으며 주머니가 없는 것이 배내옷의
특징입니다 팔소매가 긴 것은 손으로 얼굴을 호벼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요 주머니가 없는 것은 아무것도
챙겨서 보관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고 갈 것은 얼굴에 젖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우윳빛 살색
을 나타낼쯤은 세포 생성으로 몸이 가려워 져서 아기들의
손이 얼굴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팔소매를 길게 하여 손을
감싸도록 지어진 옷이 배내옷입니다
추운 겨울에 포대기로 싸서 아기를 뉘여 놓아도 발버둥을
처서 포대기를 걷어차 버립니다 왜 하필 얼굴만 가렵겠습니까?
우리가 상처를 입고 나서 새 살이 돋아 다 나아 갈 때쯤 상처
부위가 근질근질 가려워집니다 아기의 발버둥도 이러한 이치
이며 이로써 다리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운동방법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하여 눈에는 총기가 들어차고 사물을 식별할 수 있어
엄마 아빠를 알아보며 100일이 지나면 뒤치기를 시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밀이로 자기의 세계를 넓혀 갑니다
서고, 걷고, 뛰며 언어라는 세계에 입문하여 자기의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성장해 갑니다 군에 입대
하여 소총 분해, 결합을 할 때 결합은 분해의 역순이다 란 것을
배웠지요 인생도 죽음은 태어날 때의 역순인 것 같습니다
뛰다가 뛸 수 없으면 걷기밖에 못 합니다 걷지 못 하면 겨우
서기밖에 못 하고...늙어 갈 때도 몸이 가려워 집니다 세포의
생성 때와 같이 세포가 죽어 살갗에 주름이 생길 때쯤 얼굴
등이 가려워 효자손이 필요하게 됩니다. 다만 입으로 빨아
당기는 힘도 없어져 링거 줄에 의존하고 손살이 풀려 움켜쥐는
힘도 없습니다 챙길 것도 없으니 주머니 없는 수의를 입고
떠나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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