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자유 게시판

강원일보 칼럼-"인류의 징소리가 되길 비나이다"-최돈설문화원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 2016-10-31 14:26 댓글 0건 조회 873회

본문


mpageview.jpg
preload.gif
mpageclose.jpg
photo.asp?number=216102800028&ext=jpg

최돈설 강릉문화원장

하늘과 땅에 고하옵니다. 존경하는 농악 공동체와 사랑하는 강릉시민,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과 함께 삼가고 또 삼가는 마음으로 고하옵니다. 지금 `천년고을' 강릉에 작은 씨앗 하나 뿌리옵니다. 문화의 겨자씨를 뿌리옵니다.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상록수처럼 늘 푸르며, 포도처럼 다디단 열매를 알알이 열리게 해 주시옵소서. 이 강릉농악전수교육관이 세계를 향한 문화의 창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늘과 땅이시여! 세월은 흐르고 절기는 넘어가 산과 들이 온통 만산홍엽이옵니다. 사람들이 인정을 나누고 얼굴 비비며 사는 세상이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강산과 사람의 향기가 옹골찬 이곳에서 강릉농악전수교육관의 첫 삽을 뜬 지 1년 만에 대한민국 농악 대향연이 29일 열립니다. 이번 정성을 바치는 데 많은 분이 힘을 쏟으셨으니, 그분들께 소나무와 같은 늘푸름을 나누어 주시옵소서.

최명희 강릉시장님, 강릉시민 여러분, 강릉농악전수교육관 조성사업 관계자들께 축복을 주시옵소서. 농악의 가치는 `징소리'에 있습니다. 이곳 전수관이 `징소리'를 통해 인간의 품위를 고양시키는 진원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징소리는 모든 소리를 살리고, 모든 소리를 한데 모아 넓고 깊게 울려 퍼뜨립니다. 문화는 인간 삶의 징소리입니다. 이곳에서 산출한 문화가 인류의 징소리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하늘과 땅이시여! 강릉농악전수교육관은 땅 밑에 세워졌습니다. 천년고을의 밝음이 땅속 깊이 스며야 하지 않겠습니까. 온기를 머금은 땅속의 훈훈함이 세상의 윗목까지 덥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화는 달빛과 같습니다. 수면에 파동을 내지 않은 채 호수 깊이 비추는 달빛처럼.

문화는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의 마음속 깊은 곳을 은은하게 비춰줍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나 홀로 우뚝 선 건물이 아닐 것입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하늘이 곧 땅이고, 땅이 곧 하늘인 건물일 것입니다. 천장이 통째로 달님이고, 벽이 통째로 바람이며, 바닥이 통째로 구름인 건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건물이 통째로 소통의 창문이어서 누구나 새로운 생각과 말과 행위를 주고받는 곳이 될 것입니다. 문화는 위아래 따로 없이 스며드는 우리 삶의 공기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활짝 열려 있으면서도 가장 밀도 있는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 지역과 나라, 과거와 미래가 몸과 마음을 비비고 섞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드러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라만상을 키우는 대지의 마음이 바로 강릉농악문화전당, 강릉의 마음입니다. 2018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되어 이곳이 국경을 넘어 인종을 넘어 문화예술이 파도치는 푸른 바다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곳이 문화예술의 실험과 시도들이 메아리치는 푸른 들녘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공손한 마음으로 기원하나이다. 부디 강릉이 문화예술인들의 열린 마음과 열정으로 채워지기를 기원하나이다. 부디 강릉이 다툼이 없고 온기로 가득한 평화의 터가 되길 기원하나이다.

그렇게 되기를 빌고 또 비나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