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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역사책으로 꼽히는 ‘사기’를 보면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장면이 나온다.환관 조고(趙高)는 진시황이 죽자 그 조서를 위조해 어리석은 호해(胡亥)를 이세 황제의 자리에 앉혔다.그리고 권력을 잡아 전횡을 휘두르자 원한을 품고 그를 죽이려는 자가 많아졌다.조고는 이세 황제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천자가 존귀한 까닭은 단지 목소리만 들을 뿐 신하 가운데 누구도 천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폐하께서는 아직 젊으셔서 모든 일에 통달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지금 조정을 다스리다가 만약 부정한 일이라도 있게 되면 신하들에게 단점을 보이게 되고,천하에 그 영민함을 떨칠 수 없습니다.폐하께서는 궁궐에 편히 계시고,저와 법을 다루는 신하들이 업무를 관장하도록 윤허해 주십시오.이렇게 하면 신하들이 감히 어렵고 힘든 일을 올리지 못할 것이고,천하는 폐하를 성군이라고 칭할 것입니다.”
이세 황제는 그 말을 윤허했고,궁궐 깊숙이 기거하며 신하들을 만나지 않았다.황제에게로 가는 상소문은 통제 되었고,늘 황제의 곁에는 조고가 있어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휘둘렀고,모든 일이 조고에 의해 결정되었다.그럼,이세 황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세 황제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에 등장한다. 조고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해도 아무 반론도 못하는 꼭두각시가 노릇을 하다가,진나라 백성들의 반란이 심해지자 조고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노자(老子)는 ‘신언불미 미언불신(信言不美 美言不信) 즉,진실한 말은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아름답게 꾸미는 말은 진실이 없다’고 했다.말은 우리 생각과 사상을 표현해 주는 가장 소중한 도구다.내면의 충실함과 지식의 탄탄함도 말을 통해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말은 곧 그 사람이다.’라 했다.말의 홍수 시대인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진실한 말과 거짓을 분간할 수 있어야 한다.듣기 거북한 말이라고 해도 그 말속에 담긴 진실을 볼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라 할 수 있다.
한 해를 보내는 회한 속에,이 겨울 하루하루의 아픈 경험들을 양지바른 생각의 지붕에 널어,소중한 겨울 양식으로 갈무리하고 싶다.겪은 일,읽은 글,만난 인정…밤의 긴 터널 속에서 여과된 어제의 역사들이 내 생각의 서가(書架)에 가지런히 정돈되는 시간이다.금년도 얼마 남지 않은 오늘 새벽은 눈 뒤끝의 칼바람이,세월의 아픈 채찍이,칠십 노구의 나이가 준엄한 음성으로 나의 현재를 묻는다.정유년(丁酉年) 새해에는 ‘더 진실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