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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홍천 양양 고속도로를 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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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홍천 양양 고속도로를 타 보니
그날 아침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비인지라 처음에는 거부감보다 반가움이 앞섰다. 같은 일도 계속하면 짜증이 난다 했던가? 장대비를 맞으면서 운전을 계속하다보니 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더 들어간다. 인간의 마음이 간사하다는 것을 내 스스로 느끼는 참이었다.
운전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는 맑은 날도 아니고 비오는 날도 아닌 흐린 날이라고 한다. 눈도 부시지 않고 너무 덥거나 춥지도 않은 잔잔한 날씨가 드라이브에는 최적의 상태라 보면 될 것이다. 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최적의 날씨를 보이는 경우는 드무리라 본다. 오히려 운전에 악영향을 끼치는 날씨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쏟아지는 폭우는 운전에 장애요소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아침에 실감하였다. 고속도로인지라 물이 차이는 곳은 없었지만 간혹 물이 고인 곳을 지나치다 보면 차가 미끄러지는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대형차 옆을 지나가노라면 물탕이 만만찮이 튀면서 잠시 동안 시야를 흐리게 하는 일도 발생된다.
새로 생긴 도로를 간다는 것은 전인미답의 경지를 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일 것이다. 어느 장소인건 간에 나의 발자국을 찾을 수 없는 곳만 가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간다는 것은 젊은 날이나 늙은 날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단 젊은 날은 또 그런 길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 본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로 인하여 산천을 구경할 겨를이 없었다. 도로 사정만 살피고 가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물론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 제대로 보면서 가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운전에 몰입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양양 톨게이트를 빠져 백두대간 준령을 접어들기가 바쁘게 터널이 나온다. 당연히 대관령처럼 한참 달려야지만 나올 줄 알았던 터널이 갑자기 다가오면서 새로운 맛을 제공해주고 있다. 첫 터널을 벗어나 조금 가는데 또 터널이 나온다. 그러기를 반복하였는가 싶은데 이번에는 터널 입구가 범상찮은 장면으로 다가오는 터널이 있었으니 양양 인제 간 터널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소위 말하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가장 긴 터널이자 세계에서 11번째로 긴 터널이라고 한다. 사전에 이 터널에 대한 지식이 좀 있었는지라 기대를 하고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기 전에 얼핏 보니 구간단속을 한다는 메시지가 떠 있는 것 같았다. 우중에 교통위반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조심스럽게 터널로 진입을 했는데 그 안의 상황은 밖의 폭우를 피해서 왔다는 안도감이었을까 엄청 쾌적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우선 타 터널보다 넓어 보였으며 긴 거리만큼 지루하지 않게 구간구간 변화를 준 모습이 역력히 들어났다. 갑자기 좋아진 환경에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지도 않았는데 게이지에는 이미 규정 속도를 넘기는 화면이 들어왔다. 구간단속을 한다는 생각이 잠시 멎어 버린 순간이었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억수같은 비가 계속 왔다. 조금 달리는가 싶었는데 구간단속 종점이 보인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빠른 속도로 달려온 끝이었다. 고지서가 날아오고 안 날아오고는 그 순간에 나의 팔자이자 운명으로 돌리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다시 이야기를 터널 입구로 되돌려 본다. 자고로 이 세상에서 만들어진 물건 중에 최고 좋은 것을 찾으려면 최신에 나온 것을 구입하면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고속도로 터널 중에서 가장 최신공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 터널이 아닐까 싶다. 인상 깊게 남는 것 중에 백미는 다른 터널에서는 볼 수 없는 추월차선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터널이나 교량은 무조건 추월이나 차선 변경이 안 된다는 것이 통념이었으나 이 터널을 들어서는 순간 그것이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터널 안에서 차선을 변경하면서 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터널의 분위기는 동계올림픽을 연상할 수 있는 도안도 눈에 띈다. 자연친화적인 그림이나 디자인을 통하여 다른 터널의 밋밋함을 보강한 사례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터널이라 하면 한 방향으로 휘어지거나 아니면 직선으로 이어지는데 이 터널은 S자로 휘어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중간 중간에 안전을 위한 비상구도 눈에 많이 띄었다. 좀 더 안전한 터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애쓴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예전에는 한계령을 통하여 동 서가 교류되었다. 당시에는 이런 터널이 생기리라 생각은 했을는지 모르지만 현실과는 멀다고 느꼈을 것이다. 세상사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했던가,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만 흐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 터널과 고속도로가 개통됨으로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구 도로를 끼고 삶을 영위했던 사람들이 고객 이탈로 인하여 생업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드라이버들은 터널을 통하여 동서를 신속하게 관통하는데 대해서는 만족을 할는지 모르지만 구 도로를 통하여 한계령 휴게소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볼 때 가슴 뻥 뚫리는 듯 한 감동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거의 터널과 다리를 통하여 연결된 동홍천 양양 간 고속도로는 다른 데서 맛볼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 진다. 하늘을 보면서 운전하는 시간보다 터널에서 달리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라 한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터널과 교량을 달리면서 우리의 기술이 보통은 넘는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데 반해서 무릎에 힘은 점점 빠지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좋은 도로에서 법을 위반하지 않은 범위에서 달리고 싶으나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힘이 딸린다면 이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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