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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칼럼] 3류가 2류를 가르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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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팔경최상식 작성일 2017-08-04 10:37 댓글 0건 조회 1,1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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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칼럼] 3류가 2류를 가르치려 한다


입력 : 2017.08.04 03:17

경쟁자 없는 정부는 기업을 당할 수 없다
무능에다 포퓰리즘 아마추어 3류 정부가 경쟁에 단련된 기업을 가르치겠다고 한다

박정훈 논설위원박정훈 논설위원






지난 주말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 사람들을 더 황망하게 한 것은 정부의 돌변이었다. 그토록 사드에 부정적이던 정부가 느닷없이 '추가 배치'로 돌아섰다. 애당초 그럴 수밖에 없던 사안이었다. 해답이 뻔한데도 절차적 정당성이니 환경영향평가니 하며 먼 길을 돌았다. 어깃장 놓던 정부가 ICBM 한 방에 180도 돌변하자 사람들은 그 경박함에 더 놀랐다. 아마추어 정부라는 심증을 더욱 굳혔다.

민간 기업이 이 정도 판단 오류를 범했다면 당장 문을 닫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리 엉터리라도 망하는 법이 없다. 최근 옷 벗은 광주 고검장이 퇴임사에서 제대로 이유를 짚었다. "검찰이 사기업이라면…." 그는 검찰이 기업처럼 경쟁자가 있었다면 존립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독점 사업자'였기에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부처, 모든 공기업이 다 마찬가지다.


새 정부 국정을 보면 '서프라이즈 쇼'란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석 달 내내 국민을 놀라게 할 정책들을 쏟아냈다. 탈원전에서 최저임금, 비정규직 등 저마다 국가 골격을 바꿀 만한 것들이다. 수많은 검토와 토론을 거쳐도 모자랄 정책을 무슨 깜짝쇼 하듯 내놓았다. 즉흥적이고 과격한 일 처리가 프로의 수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업이라면 이런 경영진은 당장 모가지 감이다.

새 정부의 경제철학은 '소득 주도' 성장이다. 표현은 거창하나 실상은 정부 주도, 세금 주도다. 정부가 앞장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파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세금 써서 소득을 창출하고 일자리도 만들겠다고 한다. 경제의 틀을 바꾸자는 시대정신은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의식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방향도 처방도 잘못 짚었다. "무능하고 부지런한 리더가 최악"이라는 경영 속담이 있다. 의욕 넘치는 정부의 좌충우돌을 보면 이 말부터 떠오른다.

안보·복지·교육 등은 정부가 총대 메야 할 고유 영역이다. 하지만 경제는 다르다. 경제 성장을 정부가 주도하는 나라는 없다. 모든 선진국이 기업에 성장의 주도권을 맡긴다. 기업을 주력 엔진으로 삼고 정부는 뒤에서 심판만 본다. 효율성에서 정부가 기업을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도 더 잘하고 일자리도 잘 만들어낸다. 창의력과 혁신 능력도 앞선다.

'구축(crowding-out) 효과'라는 경제학 이론이 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민간 투자·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같은 돈이라면 정부보다 민간이 쓰는 것이 경제에 도움 된다. 그런데 새 정부는 씀씀이를 대폭 늘리겠다고 한다. 효율적이지도, 전략적이지도 못한 아마추어 정부가 돈까지 더 쓰겠다고 한다.

"기업은 2류, 정부는 3류"라고 했다. 이건희 회장이 이 말을 한 지 20년도 넘었지만 지금도 무릎을 치게 하는 명언이다. 한국 기업들엔 분명 문제점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평가절하해도 2류는 된다.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을 걸고 싸운 결과다. 일류는 못돼도 나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3류다. 시대를 못 읽고 세계사(史) 흐름에서 뒤처져 있다. 권력자는 군림하고 관료는 복지부동한다. 경쟁 없이 편하게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정부가 어떤 혁신을 이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국가발전의 리더십은커녕 발목 잡는 존재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 1순위로 올렸다. 사실은 무능한 정부야말로 청산될 적폐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도리어 문제를 만들고 있다. 무능에다 포퓰리즘까지 가세했다. 국가의 미래 대신 99%에게 영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아마추어 행태가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재앙이 된다. 무능한 포퓰리즘 정부는 3류도 못 되는 4류, 5류다.

진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자기 실력을 모른다는 점이다. 3류인 줄도 모르고 기업들을 가르치려 한다. 비정규직을 없애라, 블라인드 채용을 하라며 몰아친다. 대통령과 정권 핵심들은 기업에 "국정 철학 공유"를 주문하고 있다. 하라는 대로 따르라는 얘기다. 반박하면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붙이며 군기 잡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참석자들과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청와대 간담회에 오뚜기를 참석시킨 것이 백미였다. 오뚜기를 배우라는 메시지였는데, 동석한 대기업 총수들은 기가 찼을 것 같다. 오뚜기는 90%를 국내에서 버는 내수 기업이다. 대기업들은 밖에 나가 전 세계 경쟁자들과 싸워 살아남았다. 아무리 오뚜기가 잘해도 대기업의 경쟁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 대학생더러 중학생을 배우라는 격이다.

5년짜리 아마추어 정부가 기업을 코치하겠다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 이런 오만이 나오는 것은 정부가 국내만의 시야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제발 밖으로도 눈을 돌리길 바란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하는지 보면 "나를 따르라"는 발상은 못 한다. 이대로 5년 내내 아마추어 국정에 시달려야 한다면 실로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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