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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교정에 흉상들,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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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교정에 흉상들, 이대로는 안 된다.
모교에 가면 여기저기에 흉상이 난립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흉상공화국도 아닌데 왜 교정 내에 흉상이 난립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제는 체계적으로 재조명해 볼 때도 되었으리라 본다. 흉상은 그 집단 내에 뭔가 역할을 많이 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 세워진 하나의 상징물로 알려지고 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흉상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지라 비석을 중심으로 송덕이나 공덕을 기렸던 시절도 있었다. 비석이던 흉상이던 공덕을 기릴 수 있는 상징물을 세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이해한다.
옛날 비석이 많았던 곳을 비석거리라 했다. 아무 곳에서나 난립된 비석을 한 군데로 몰아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조성한 거리라 보면 될 것이다. 강릉에서도 예전 도립병원 앞 천방에 조성된 인도에 강릉지역의 비석이란 비석은 다 가져다 놓았던 기억이 나는데 어느 날 정비를 한답시고 죄다 어디에다 치웠는지 버렸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적어도 그것을 그대로 놓아두었으면 강릉의 명물이 되었을 터인데 왜 치웠는지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 혹시 창고나 아무 곳에 처박아 놓았다면 다시 꺼내서 비석거리를 재현시켜 놓으면 강릉의 명물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싶다. 비석 하나하나에 사연이 있었을 터인데 그냥 폐기 시켰다는 것은 비석과 대척관계에 있는 사람이 알아서 없애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찌보면 우리지역의 귀중한 사료가 될 수 있는 물건인데 그렇게 소홀히 다루어도 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삼척에서 태백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관동팔경 중에서 명물인 그 유명한 죽서루가 있다. 메인 도로에서 죽서루로 가는 초입에 비석을 한군데 모아놓은 공간이 보일 것이다. 1990년대 초에 필자도 비석을 한 군데 모아 공원을 만드는데 기여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삼척 각지에 흩어져있던 비석을 한군데 모아 비석공원을 만들었는데 주변 조경설계를 해 주었던 일이 있었다. 한군데 모아 놓음으로서 관리도 편리하고 그 지역을 거쳐갔던 사람들의 공덕이나 송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비석 설비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는 등 의미있는 점도 많이 있으리라 본다.
시대가 변함으로서 송덕이나 공덕의 방법이 동상이나 흉상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흉상과 동상 제작의 일인자 국가는 아이니컬하게도 북한이라 한다. 북한에서는 이를 제작하여 필요로 하는 국가에 팔아먹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김** 왕조의 동상에 대하여 꽤나 비난을 많이 했으며 지금도 비난의 화살을 거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스스로도 박** 동상 등을 건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보고는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우리 스스로가 우상을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된다.
우리도 모교 내에도 흉상이 난립이 되고 있다. 우상 숭배 수준은 아니겠지만 여기 저기에 있는 흉상은 미관상이나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 본다. 특히 우리 모교 상징인 히말라야시다 옆에 흉상은 위치적인 면이나 건립의 취지 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용이치 않은 것 같다. 우선 위치적인 면에서 학생들이나 교직원이 사용해야 할 귀중한 공간에 흉상이 들어서 있다는 것은 남의 소중한 영역을 동문회 인사가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교실이나 교무실에서 내려다보면 흉상의 뒤통수가 나타난다. 미관상으로도 별로 아름답지 못한 장면을 늘 보게 된다는 것도 교육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창문만 열면 흉상의 뒤통수를 봐야하는 처사를 그대로 두고만 보아야 할 것인가.
흉상의 자체의 건립도 마찬가지다. 그 흉상의 장본인이 일제 강점기에 모교에서 교사를 하다가 해방이 되면서 모교 교장을 역임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교장을 한 사람은 일본 놈들이니까 이야기 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그 이후 교장을 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모교를 위해서 헌신을 했으리라 본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의 흉상만 덩그러니 모교의 요충지에 안치되어 있어야 하는지 일반적인 사고로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 본다. 어떤 사람은 그 흉상의 유가족 분들이 장학금을 내 놓았다고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장학금을 내 놓은 사람들의 흉상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건 아니라 본다.
모교를 위하던 사회를 위하던 국가를 위하던 일을 잘 해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을 시 송덕비나 공덕비, 흉상이나 동상을 세워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런 기념비가 난립이 된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 본다. 옛날의 비석을 한 군데 모아서 관리를 하듯 모교 교정에도 흉상이나 동상을 모실 수 있는 공간을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적어도 기본과 원칙이 존중되어 져야 할 것이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감동과 귀감을 주자고 만든 일이라면 더더욱 교육의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모교 교정에는 엄연히 흉상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뜬금없이 교정의 아무 곳에다 흉상을 세웠다는 것은 건립자들의 아집이나 독선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도 학생들에게 정도로 가라고 아무리 외친들 설득력이 실릴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 본다.
교실 앞에 세워진 흉상은 이제 제자리로 옮겨야 한다. 아니 반드시 옮겨져야 할 것이다. 왜 그 흉상이 모교 교정에 많은 학생이나 교직원이 사용해야 할 공간에 버티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못할 일이다. 일부 동문들 스스로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멋대로 하면서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제대로 살라고 외친다 한들 설득력이 실리겠는가. 히말라야시다 옆에 있는 흉상은 교문 옆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잘 조성되어 있는 흉상공원으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중등교육의 효시를 자랑하는 모교에서 무원칙적이자 상식에서 벗어난 행태가 벌어져 있다는 것은 결코 소망스러운 일이 아니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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