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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풀도 신뢰를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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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09-24 08:43 댓글 0건 조회 8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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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풀도 신뢰를 따진다.


   여름에 극성을 부리는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시기가 바로 벌초의 적기가 아닐까 싶다
. 시간이 난다해서 한 여름철에 벌초를 한다면 이는 2중의 일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본다. 한 여름날의 풀은 아무리 정성들여 깎는다 하여도 돌아서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기승을 부리면서 잘 크던 풀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풀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상살이에는 시와 때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람이던 풀이던 동물이던 간에 신뢰라는 것은 살아가는데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라 본다. 식물에게 물이나 양분을 제한적으로 주면 더 이상 크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분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좁은 화분에서 나무를 키우게 되는데 화분 안에서는 한정적으로 크지만 그것을 밖에 내 놓으면 자연 상태의 크기로 원대복귀 된다는 것이다. 어항에서 기르는 일부 애완 어류의 경우 그 안에서는 조그마하게 크지만 자연에 내 놓으면 엄청 크게 자라는 종류도 있다고 한다. 좁은 공간이라는 곳에서는 신뢰를 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본다.

 

   올해 봄 가뭄이 심하게 왔었다. 덕분에 봄에 요란스럽게 올라오는 잡초들의 발생은 엄청 줄어들었다. 설사 올라온 잡초도 크지 못하고 배배꼬여있었던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일상적인 관념에서 잡초는 인간이 원하는 식물을 초토화 시키는 못된 식물로 알려져 왔으나 그 잡초도 자연이 주는 신뢰가 떨어지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의 신뢰라는 것은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를 의미할 것이다. 자연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신뢰의 요건은 식물의 경우에는 햇볕이라 본다. 옛 말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 했다. 식물도 햇볕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다고 판단되면 잘 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외 신뢰를 중시하는 요소로는 강우, 바람, 고온, 저온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식물이 요구하는 신뢰의 조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공든 탑을 쌓듯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우려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신뢰를 잘 쌓다가도 어느 한 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신뢰의 잣대도 다양하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고 내 멋대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고 보면 싫던 좋던 타인에게 신뢰를 주는 행동과 늘 가까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올 봄 시들시들한 소나무를 두 그루나 케어를 하게 되었다.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고 아무런 이유 없이 시들시들 하면서 생기가 없어지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봄인데도 불구하고 단풍이 드는 듯 한 모습에서 오래 살기가 좀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어갔다. 보아하니 몇 년 전에 이식을 한 소나무 같았는데 활착이 제대로 안되어서 원활한 생육이 안 되는 듯이 보였다. 생육이 제대로 안되면서 시름시름 앓는 듯 한 느낌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영양제를 수간에 찔러서 원기를 회복시켜 줄 상황도 아닌 것 같았다. 마침 가뭄이 심하게 이어지는 터이라 물을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햇볕은 충분한데 뿌리에 수분 공급의 부족으로 인하여 생기가 잃어가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소나무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물 한 번 주는 것으로 족할 줄 알았다. 며칠이 지나도 시름시름 앓는 듯 한 모습은 그대로였다. 해서 주기적으로 물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 와중에 비가 오긴 왔는데 그야말로 감질나게 왔다. 식물이 크는데 필요한 요소 중에 물이라는 신뢰요소가 결여되었을 때 잘 자라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본다.

 

   식물에서는 옮김몸살이라는 현상이 종종 발생된다. 이것을 방제하기 위하여 옮기는 과정에서 뿌리를 많이 붙인다거나 사전에 뿌리돌림을 해 준다거나 해가림을 해 준다거나 물을 충분히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을 갖추어 준다고 하여도 결정적으로 한두 가지가 구비되지 않으면 영락없이 옮김몸살을 앓게 되는 법이다. 이식을 한 후 왕성하게 자라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몸살을 앓게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 본다. 옮기는 과정에서 사전에 철저하게 예측하여 몸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무는 보통 봄철에 옮겨지게 된다. 작은 나무의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큰 나무의 경우 봄가뭄으로 인하여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당해연도에 잘 살려 놓았다 하여도 다음해 가뭄이 심해지면 말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무 또한 험한 환경에서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주변의 환경 신뢰가 무너지면 요절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던 식물이던 신뢰를 쌓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깨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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