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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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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09-05 19:06 댓글 0건 조회 7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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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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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같은 내 돈, 금쪽같은 내 새끼따위의 말이 왜 생겼는지 알 듯 하다. 그만큼 혈액과 내 새끼는 귀중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은 신체의 70%가 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신체 건장한 70kg정도의 성인이라면 49kg이 물로 채워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 물의 대부분은 피가 아닐까 싶다. 피가 마르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본다.

 

  사람이나 동물에 있어서의 뼈가 골격을 유지하고 살이 형상을 만들어 준다고 했을 시 피는 그 골격과 살 사이에서 생명체가 유지되기 위한 온갖 일을 다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동물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피라는 순환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피가 중요하기에 피에 대한 역할이나 성분, 생성과정과 소멸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인간들이 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라치면 으레껏 나오는 이야기가 혈액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혈액형에 따라 성질도 다르다는 학설 같기도 하고 같이 않기도 하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혈액형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공무원증에 기록된 인적사항 난에 혈액형이 표기되어 있겠는가? 과거 의술이 발달치 않았던 시절에는 수술이나 수혈 같은 개념이 없었거나 희박했다고 본다. 굳이 혈액의 성질을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던 것이 의술이 발달되면서 혈액을 주고받아야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혈액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게 된다. 이 혈액에는 A B O식 혈액형에 의거 같은 혈액이나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혈액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혈액형을 찾아낸 사람은 1900년대 초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인 카를란트 슈타이너박사였다. 이로 인하여 인간간의 혈액 이동으로 인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인류에 그 어떤 발견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일진대 우리가 너무 간과하고 있지나 않나 싶다.

 

  아직까지 인류의 과학으로 인공혈액을 만들 수 있는 상황까지 오지 않는 한 자연의 피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자연의 피는 동물에서 올 수 없는 관계로 인간의 체내에서 빼낼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누군가가 제공을 해 주어야 수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건장한 사람이야 아프지 않은 관계로 남의 일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서 피를 흘리게 되면 부득불 남의 피를 제공받지 않을 수 없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헌혈은 상부상조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 본다.

 

  필자도 헌혈을 몇 번 했던 기억이 나는지라 간단하게 인적사항만 기록하면 그냥 피를 뽑을 수 있는 줄 알았다. 최근의 헌혈은 과거에 병력에서부터 말라리아 등의 피해가 있는 지역을 출입했던 기록까지 총 망라하여 체크 한 후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허락을 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헌혈을 하고 싶어도 수많은 결격사유에 하나라도 걸리면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우리가 건강하게 사는 과정이 밥 먹고 숨 쉰다 하여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헌혈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헌혈 한 번만 해 보면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니 감각도 둔해지는 것 같다. 전에는 헌혈 주사바늘이 들어갈 때 엄청 따가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따가운 느낌을 덜 받은 것 같다. 과거에는 그래도 지금보다 훨씬 젊었으니까 피의 순환이 왕성했던지라 금방 채혈이 되는데 나이를 먹으면 그것도 느려진다고 한다. 그래서 쉴 새 없이 주먹으로 죔죔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좀 서글픈 마음이 들어가나 현실 앞에서는 그대로 수긍하는 수 밖에 없었다.

 

  채혈과 함께 지혈작업까지 30여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았다. 빼낸 피에 몇 배의 물을 섭취해야 한다면서 이온음료에다 과자까지 제공해 주었다. 목이 마른가운데서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먹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 약 먹 듯 음료를 들이켰다. 헌혈버스에서 내리자 빈혈 증상 비슷한 것이 오는 것 같았다. 하늘도 약간 돌아가는 듯 한 느낌도 받았고 걷는 것도 약간의 허공을 밟는 듯 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선입견에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헌혈 후 나타나는 증상 비슷한 것이 나에게도 다가왔다는 것이다. 뭣이던 젊은 시절에 해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한 장면이었다.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순간까지 건강하다는 것을 공인받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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