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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봉평 메밀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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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봉평 메밀꽃 축제
예전에 봉평은 그야말로 화전민 생활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곳으로 인식된다.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분야가 농업이었었는데 그 농업에서 생산성이 별로 좋지 않았던 부분이 밭농사였다. 그 밭농사도 평지에 있었으면 그래도 관리나 수량면에서 양호하였으리라 보나 언덕빼기에서는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곤란하였을 것이다. 해방이 되고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현대화되면서 많은 부분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지만 봉평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지역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봉평이 뜨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으리라 추측해 본다. 그렇다고 필자가 봉평에 무슨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봉평 지역을 연구해서 밥을 벌어먹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이실직고 한다. 평창 휘닉스 파크가 옆에 들어옴으로서 간접적으로 알려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를 했다고 본다. 그리고 흥정계곡에 허브나라가 들어오면서 그 계곡은 일약 전국의 휴양 명소로 등극하게 된다. 옛날 같으면 공비가 내려와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었던 깊은 계곡이 훌륭한 관광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 여파가 봉평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봉평을 봉평답게 격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구한말 이효석 작가가 아닐까 싶다. 과거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던 시절에는 호구지책으로 삶을 연명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문화쪽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경제가 발전하고 입에 풀칠을 할 정도가 되면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된다. 봉평의 자존심이자 간판의 역할을 한 사람이 이효석 작가였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 그 당시 의식이 좀 깨어 있었던 사람들이 만든 문화축제가 봉평메밀꽃 축제였다고 본다.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메밀꽃을 매개체로 한 이 축제는 많은 사람들로 부터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된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 소위 말해 컨셉을 잘 잡은 것이다. 이효석과 메밀꽃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문학의 동경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메밀꽃은 가을 초입에 피는 관계로 축제의 시점도 그럴싸하게 잡은 것은 물론 전국에서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그야말로 주제가 확실한 축제로 기획을 한 것이다. 이렇게 획기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인하여 봉평 메밀꽃 축제는 날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문학의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문학의 성지를 순례를 하게 된다. 시인 윤동주의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만주로 가야하지만 이효석의 문학세계를 맛보기 위해서는 가까이에 있는 봉평만 오면 되는 것이다. 마치 무당이 자신의 무속세계의 내공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서 태백산이니 계룡산이니 하는 명산을 찾아가듯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이곳에 와서 문학의 신공을 쌓아 가는 사람도 있으리라 본다.
필자는 문학의 내공을 쌓기 위해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원예쪽에 내공을 조금이나마 쌓아 보고픈 마음에 허브나라를 가끔 방문한다. 맨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그야말로 내가 보지 못했던 세계를 열어 주는 듯 한 진한 감동을 받았다. 가끔 갈 때마다 그 감동의 정도가 점점 약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분야에 독보적인 세계를 열어가는 사람들은 돈(경제)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더 승화시키는데 전력을 다 했으면 좋겠는데 많은 경우 장사속으로 흘러가는데서 실망이라는 싹이 트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번 메밀꽃 축제를 보면서 주최 측도 열정이 좀 빠진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메밀꽃 축제에 하이라이트는 역시 메밀꽃일 것이다. 마침 동계올림픽을 맞이하기 위해서 도로 등 도시 기반사업을 조성하는라 분주한 것 까지는 이해를 한다. 그렇지만 강원도에 간판 축제나 마찬가지인 메밀꽃 축제가 점점 장사속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간다. 적게 투자하고 많은 수익을 올리는 모델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속된 표현으로 적당히 흉내만 내어도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데 굳이 투자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하루 이틀 하다가 팽개치는 뜨내기 사업이라면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봉평을 가장 봉평답게 만듦은 물론 초가을에 문학의 낭만을 한 껏 끌어 올릴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더 발전시키고 승화를 시켜야 할 마당에 그 반대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법이 아니라 본다. 어디를 가던, 누구를 만나던 첫 인상이 무진장 중요한 것은 다 아는 일일 것이다. 메밀꽃 축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야! 내가 힘들게 온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어야 하는데 이번 축제는 읍내를 다 들어가 차가 밀리고 경찰관이 교통정리를 해 주는 과정에서 겨우 알아차릴 정도였다. 물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 만큼 알아서 보고 느끼고 가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귀중한 축제를 봉평은 물론 강원도 전체가 들썩거리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충실히 하고 그 다음으로 새로운 테마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기본으로부터 나온다. 메밀꽃 축제에서는 메밀꽃이 주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디에 시선을 둔다하여도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가도록 바탕을 제대로 깔아 놓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내부에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하여도 기본바탕이 부실하면 결국 부실한 인상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메밀꽃 축제에 메밀꽃을 보러 가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메밀과 관련된 먹거리 체험, 이효석의 문학 배경을 살펴보는 것 등이 뒤따르지 않을가 싶다. 축제를 통하여 돈벌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밀꽃 축제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동경과 감동을 주어 늘 봉평을 그리워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치 않을까 싶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인 이익 부분은 저절로 따라 오게 돼 있는게 세상사가 이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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