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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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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7-11-12 16:54 댓글 4건 조회 7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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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

사랑할 시기도 사람 받을 시기도 모두 상실해 버린 지금에서야
짐승의 본성으로 돌아가 사랑 하거나 사랑 받기를 시도해 본다
나직한 동산 위에 자그만 허브 정원을 거닐며 분주하게 흘러가고 있는 도심의 불빛을 바라보며
비로서 나는 내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를 스스로 풀어 헤치고 도발을 감행했다
내 나이에 누릴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무엇인지 자각할 수 있는 일종의 구테타를 감행한 것이다
창백한 불빛으로 공원의 어둠을 간신히 밝혀주는 가로등처럼
사랑을 밝히는 나의 도발도 어쩔 수 없이 희미한 한줄기 불빛에 불과했으리라
허브공원의 여러 꽃들중에
하얀 얼굴에 빨간 립스틱으로 단장한 핫립(hot lip)세이지 꽃이 유독 눈길을 끌던 공원의 어둠,
그 어둠을 밟으며 또 하나의 불빛들이 밝혀놓은 도심의 거리를 향해 기우러진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은 내리 딛었다.
오똑 솟은 동산 아래 나직하게 내려앉은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여전히 분주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싸울 일이면 대적할만 한 상대와 싸우고 사랑할 일이면 사랑할만 한 사람과 사랑해야 된다는
고집이 내 삶의 철학이었지만 매번 구호에 그치고만 허구였다
대적할 가치도 없는 친구의 배신에 분노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며
나의 철학이 얼마나 빈약하고 옹졸하고 비열했는지 얼굴을 들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너 하나 잃은 것에 불과한 그 미미함을 가볍게 웃어 넘기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이제사 또렷해 진다. 
끼리끼리 몰려 다니는 것만으로도 동료애는 가능하지만
진정한 우정과 애정의 원천은 그 무엇도 개입되지 않은
너와 나만의 상관관계에서 비롯되는 의연함일 것이다.

우정도 사랑도 내 눈에 안경이다
내 발에 맞는 신발이 좋은 신발이다
나이 탓인지 안경 돗수가 맞질 않는 것 같다
새안경이 필요하다
나이 탓인지 270이던 발 사이즈가 265로 줄었다
새신으로 바꿔야 겠다
나의 눈과 발이 변한 탓이니 그간 함께했던 나의 안경과 신발은 섭하게 생각지 말거라
내가 널 버리지 않으면 이 아름답고 오묘한 세상을 선명하게 볼 수 없고
저 너른 세상을 마음껏 휘젖고 다닐 수 없단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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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양님의 댓글

세양 작성일

친구 맞아요?
사랑과 우정, 오래 오래 지속되기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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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애정으로 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친구이긴 합니다만 서로 성격에 부합하는 친구가 맞다하겠습니다.
시인의 따뜻한 시심과 서도(書道)로 터득한 품격과 국선도로 다져진 너그러운과 선을 넘지않는 정신
그리고 낭송가로서의 적극성이 매력을 주는 친구이지요.
한겨울 지나고 꽃피는 봄이 오면 또 만나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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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ㅎ에로스 보다는 플라토닉함이
시심(詩心)을 샘솟게 하겠지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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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자유분방한 탓에 제 나이에 걸맞는 위엄을 갖추지 못하고 늘 방정스럽게 살아간답니다.
남여관계를 애정이니 우정이니 구분지을 의사가 없기에 제멋대로 우정으로 단정지었지요
보시는 분들이 이것은 애정이라 우기신다면 전 월대산에 올라 동해로 뛰어내려 자결을 시도할지도 --- ㅎㅎ
날씨가 차졌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늘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