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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오늘 아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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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11-05 09:12 댓글 2건 조회 1,0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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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오늘 아침 식사


   백성이야 죽던 말던 송로버섯에 삭스핀
,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즐겼던 모 인사가 지금은 콩밥을 먹는 신세로 전락된 살아있는 역사를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히 보고 있다. 중국에 백이와 숙제는 충과 의를 지키려다 미움을 받아 고사리로 연명을 하다 이마져 끊고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먹는 것 만큼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고 본다. 또 먹는 것을 가지고 씨름을 하는 것 만큼 인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영역도 없으리라 본다.

 

   소위 좌파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무상급식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우파라 일컬어지는 세력에서는 포퓰리즘이니 이건*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니 하면서 거품을 물고 반대를 했던 지난날의 정치사도 있었다. 애들 밥 먹이는 것이 정치 쟁점화 된 것이다. 현재에는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초 중학교는 전국에서 딱 한 시 도를 빼 놓고 거의 무상급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은 무상으로 학생들에게 급식을 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은 찬성 쪽에 손을 들어 준 결과로 귀착이 된 셈이다. 필자의 자식들은 이 무상급식의 대열에 끼어 보지도 못하고 졸업을 한 터에 그런 혜택을 받아 보지 못한 결과에 대하여 지금도 배가 많이 아프다.

  

   유교사상에 쩔어 있던 우리나라의 경우 밥상머리부터 권위로 돌돌 말려 있었다. 집안에 맨 어른이 숟가락을 집어야 그 밑이 있는 가족들이 숟가락을 들기 시작한다. 장유유서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사회 곳곳에서 아직도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물론 서열을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이런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복잡해져 가는 세상에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을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 본다. 물론 경망스럽게 위 아래를 몰라보는 것도 문제는 문제지만 그것도 정도에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밥숟가락은 누가 먼저 드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인가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권위를 찾아야 할 식탁에서는 그야말로 장유유서나 상관 위주로 하면 되겠지만 일반적인 식탁에서는 배고픈 사람이거나 바쁜 사람이 먼저 숟가락을 들 수도 있다고 본다. 밥 먹는 순간까지 윗 사람의 눈치를 보는 세상에서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을는지 의문시 되는 대목이다.

 

   밥을 먹는 것도 하나의 문화라 본다. 이 문화는 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고안을 한 것을 이어 받아 많은 사람이 동조하는 쪽으로 발달이 된 것이라 본다. 결국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진 산물이라 보면 될 것이다. 밥 먹는 문화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에서 발달이 되었다. 물론 서양이나 중동에서도 벼농사를 지어서 밥 비스무리 한 것을 먹는 민족도 있지만 우리처럼 밥 위주의 식사를 하는 나라는 크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밥을 먹으니 남도 똑 같이 밥을 먹겠거니 하는 것은 편견에 가깝다는 것이다.

 

   밥의 원료는 무엇인가. 한반도는 몬순기후에 속하기에 벼농사에 적지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보리나 콩, 옥수수 등의 농사도 되긴 되지만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작물 중 하나가 벼가 아닐까 싶다. 벼농사는 다른 농사에 비하여 실패할 확률도 그리 높지 않고 비료를 주지 않아도 70%정도의 수확을 올릴 정도로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한 식물이다. 지금은 농사기술이 발달하고 비료나 농약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음으로 어떤 작물을 재배하던 간에 어느 정도의 수확은 얻을 수 있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도 가을배추가 단단하게 결구를 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다. 가을배추야 말로 어느 정도 이상의 질소성분이 있어야지만 결구가 되는데 그 비료의 조달이 안 되면 결구도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에 질소 비료 조달창구로는 인분이 최고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해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 근처에 있는 밭에는 인분을 충분히 공급하여 결구가 잘 된 배추를 생산했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다. 썰에 의하면 우리 모교가 현 강여고 자리에서 입암동으로 옮겨간 것도 인분비료에 기인한 점도 있었다고 한다.

 

   강릉도 시골인데 그 시골 도시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는 곳에 필자의 원집이 있다. 오늘 아침 그 원집에서 필자의 노모와 단 둘이서 아침식사를 하였다. 물론 아침밥과 반찬도 필자가 직접 하였다. 요리 같지도 않은 요리를 하면서 종편에 나오는 자연인이 문득 떠올랐다. 집안에 여인(저의 모친은 에핀네라 칭함)이 없으면 썰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본다. 물론 냉장고에는 반찬이 될 만한 것이 많이 있다. 그런데도 그 반찬을 꺼내고 싶은 생각조차 없어져 버리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가 해 주지 않으면 연명 수준으로 살아가야 할 나이에 들어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반찬이 달랑 된장 부스러기 하나면 어떻겠는가. 이것이 내 자신의 최선에 선택이라면.......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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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님의 댓글

휘영 작성일

잘 지내시죠? 조 교감선생님,늘 학자로서의 품성과 덕망이 물씬,이렇듯 교육이 발전할 수 있구나...
학문은 교육을 통해서 얻어질 수도 있으나  스스로의 탐구와 피나는 노력이 수반 되어야 얻어질 수
있구라를 떠올리며 ,어떤  틀에서 빨리 벗어나 변화에 순응해야 살아갈 수 있는 정말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1년전 5년전의 모습이 아니라 엇그제와 오늘이 달라지는 급변하는 세상속에...

학자로서의 좋은글(잦은 게재를 부탁하며) 공감하며 갑니다.  잘 지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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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감사합니다. 선배님.
내 것이 내 머리 속에만 있다면 타인은 그 세계를 헤아릴 수 없다고 봅니다.
컴퓨터 CPU에 아무리 가치있는 자료가 있다하여도 모니터나 스피커가 없다면 그 가치는 반감이 되리라 봅니다.
저는 교육과 농업쪽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과거에는 이를 통하여 밥벌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밥벌이에다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찾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것도 제 머리 속에 있는 조그만한 식견이나마 타인과 나누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도 본업이 있는 만큼 일상사가 분주합니다만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