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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에다 감동을 뒤집어 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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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에다 감동을 뒤집어 씌워라.
오이재배로 밥을 먹고 사는 농민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정밀한 통계치로 뽑기에는 문제가 좀 있겠지만 얼추 짐작하여 몇 천 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오이에 인생에 사활을 걸고 재배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으리라 본다. 농업자재의 생산이 비약적으로 발전되면서 오이도 이제는 노지에서 온실이나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왔다고 본다. 일부 특권층의 오이는 유리온실로 들어와 안락하게 자라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만큼 귀한 존재가 된 것이다. 아니 돈벌이가 될 수 있는 작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본다.
오이의 원산지는 인도 쪽의 히말라야 산록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을 거치면서 우리가 지금 먹는 오이의 원조급의 종류로 발전하게 된다. 중국쪽 오이의 내력을 보면 크게 화남형과 화북형으로 나누고 있다. 황하를 중심으로 그 남쪽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오이를 화남형이라 하며 주로 삼척계통처럼 길고 두꺼비 등처럼 결각이 심하며 가시가 많은 품종으로 발달했다고 한다. 반면 화북형은 길이가 짧으면서 매끈한 품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성질도 원산지의 기후에 맞추어 화남형은 추위에는 약하지만 더위에 강하여 여름오이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화북형은 그와는 상반된 성질을 가진다고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오이가 인도와 중국 쪽이 재배지가 되다보니 일찍이 우리나라에 도입이 되었다. 과거에는 참외에 대응하는 개념에서 물외라고 칭했는데 이름 자체에서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얼추 짐작이 가리라 본다. “오뉴월 물외 크듯” 한다는 말이 있듯이 환경조건만 좋으면 무진장 빨리 크는 채소 중에 하나가 오이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보니 오이의 주성분은 물이 주종을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보니 많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오줌이 잘 나오게 돼 있다고 본다.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천연 이뇨제와 혈압 완화제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개량종이 주를 이루고 있음으로 어릴 적 먹던 쓴 물외 맛을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본다. 오이의 재래종은 여가해서 구경을 하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가 어릴적 먹던 오이에 어깨부분의 푸르딩디한 부분은 늘상 씁쓸한 맛이 강하여 먹다 버린 기억도 날 것이다. 오이에 쓴 맛은 큐커비타신이라는 물질로 적정량을 섭취하면 인체에 유용하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良藥苦於口’라고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이야기인데 오이는 이런 쓴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쓸데없이 쓴 맛을 볼 이유는 없겠지만 자연스럽게 섭취되는 물질을 통하여 인체의 활력을 넣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데 대하여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오이에 쓴 맛은 물이 부족한 과정에서 재배된 것에서 많이 더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물이 부족하였을 때 쓴 맛이 더 날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극한 환경에 처하면 자신을 보호하는 본능이 발동되게 된다. 우선 자신이 살아야 하고 그 다음으로 자식을 두고 싶어 하는 본능이 더 강하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오이에 쓴 맛은 그것을 먹고 싶어 하는 동물들을 기피하게 할 수 있는 자연적 방어기작에서 나온 현상이라 본다. 가뭄 같은 극한 환경에서 몇 개 달리지도 않은 오이를 동물이 다 먹어치워 버린다면 자신의 종자를 밴 오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음으로 쓴 맛을 더 많이 농축시킨다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쓴 맛 없는 오이는 최적의 환경에서 잘 자란 것이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환경이 좋으면 동물들이 적당히 따 먹어도 또 달아서 키우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이는 찬 성질이 강한 식품 중에 하나이다. 차기 때문에 겨울철 보다는 여름철에 각광을 받은 식재료인 것이다. 물론 물이 많은 관계로 겨울철보다는 여름철에 훨씬 더 많이 이용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한 여름 땀을 흘리고 먹는 오이냉국을 연상해 보아도 오이의 성질이 어떻다는 것을 단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성질을 가진 식품은 몸이 찬 사람들에게는 썩 좋은 음식은 아니라 본다. 하지만 여름철은 몸이 아무리 차다하여도 외부의 열로 인하여 온 몸은 뜨겁게 될 수 밖에 없음으로 자연스럽게 시원한 오이 쪽으로 시선이 가게끔 되어 있다고 본다.
노각이라고 들어 보았을 것이다. 늙은 호박에 대한 이야기는 무수히 들었겠지만 늙은 오이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늙은 오이가 노각이라는 상품명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것에 특징은 오이의 시원한 맛에 시큼한 맛이 가미가 되어 있다. 오이냉국에 시원함을 더하기 위하여 식초를 넣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인위적으로 식초를 넣지 않아도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식재료가 노각이 아닐까 싶다. 타 식재료에서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노각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식품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물이 많다하여 물외라고 칭했다고 한다. 물은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근원이나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피부가 노화되는 것이 물 부족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젊음을 영원이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다. 내면의 젊음은 교양이나 지식, 도덕으로 유지할 수 있겠지만 외면의 젊음은 비주얼 그 자체로 나타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본다. 그 비주얼에 대표는 피부가 아닐까 싶다. 그 피부를 뽀송뽀송하고 탱탱하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인간들이 끔찍하게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피부의 수분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팩 처리일 것이라 본다. 무수히 나오는 인공 팩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팩은 천연물질인 오이 팩일 것이라 생각된다. 팩의 원조는 오이라는 데서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오이만큼 지친 피부를 달래주는 물질도 없으리라 본다. 단 사용하기가 좀 불편하고 농약을 많이 친 것으로 마자지를 하면 트러블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인하여 기피하는 현상도 있다고 본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신선한 오이를 마사지용 팩으로 이용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이의 요리는 무궁무진하게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어떻게 오이를 새로운 요리로 변신을 시킬 것인가는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 본다. 오이의 품종도 다양하게 개발이 되고 있다. 수요가 있다면 거기에 맞게끔 육종을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어 있다고 본다. 지금도 오이가 가지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많은 요리의 보조재료로서 이용이 되고 있다고 본다. 아직도 이 세상에는 가장 맛있는 오이 요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오이 요리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창의적인 인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장이 안 되는 식재료는 수입을 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오이 같은 경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입산은 가공품이 아닌 이상 발붙이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어디에 가도 국산 오이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수입을 하고 싶어도 신선함을 유지시키기가 어렵고 보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입을 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이로 인하여 우리나라 내에서 경쟁의 구조를 가지는 몇몇 안 되는 채소 중에 하나가 되었다고 본다. 누가 더 신선하고 깨끗하고 먹음직스러운 상품을 다량으로 만들 것인가가 재배가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 본다. 경쟁자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다고 본다. 오이의 본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훌륭한 오이 재배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위면적(보통 300평)당 생산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량을 수확할 수 있다. 단 재배하는 과정에서 병해라던가 충해가 발생되면 치명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아주 연약한 채소라는 것이다. 귀중한 가치가 있는 만큼 위해요소는 그 보다 더 많은 맹점도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이것을 극복할 수 만 있다면 오이 농사도 꽤나 재미있는 품목 중 하나라 본다.
오로지 돈으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가리라 본다. 과거처럼 적은 비용을 들여 대량생산을 해서 많은 돈을 벌던 시절은 점점 멀어진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제는 모든 상품에 감동이 가미되어야 가치를 발휘하는 시대로 들어왔다고 본다. 오이에서 무슨 얼어빠질 감동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지만 감동의 요소를 찾는다면 생각보다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이 중에 어느 정도 성장해도 10cm도 채 안 되는 품종이 있다. 이런 품종이 있는 반면 삼척계통은 글자 그대로 삼척(한척이 30cm)의 크기를 나타내는 품종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품종이 가지는 특징만 잘 안다하여도 그 세계에서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냥 스쳐 지나는 것이 아닌 세밀한 부분까지 볼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잔잔한 감동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오이를 재배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고 그 오이를 일류 요리로 만드는 것도 더 중요하리라 본다. 중요한 것이 모이면 대단한 일이 되는 것이고 대단한 일이 모이면 하나의 감동으로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무턱대고 생산하고 적절이 그것을 소비하는 시대는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 누가 더 감동적으로 오이를 재탄생시키는가가 앞으로 오이를 통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사람들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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