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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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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11-14 09:01 댓글 0건 조회 7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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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야처럼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 그 역사의 시발점이 첫날밤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이루어지고 그것을 시작으로 중간 및 결실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기대와 희망을 부풀게 한다. 구치소에 첫날 밤 같은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아닌 이상,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의미 있는 첫날밤을 무수히 많이 보냈으리라 본다. 그 첫날밤들의 모습이 쌓여서 오늘에 이른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 오늘 밤도 어찌 보면 첫날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매일 밤은 처음이자 마지막 밤일 터이니까, 단 그런 인식을 갖지 않고 오늘 밤도 그저 그런 날이겠거니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밤을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던 날 싫던 좋던 첫날밤을 보냈을 것이다. 지구상에 떨어진 첫날밤에 대하여 기억을 하는 사람은 티벳의 달라이라마 정도의 내공을 가지지 않는 한 거의 없으리라 본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태어난 첫 날 밤도 누구에게나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 첫날이 나의 인생의 출발점이나 마찬가지의 날이었을 것이다. 그 얼마나 위대한 날이었던가. 그렇지만 우리는 지구상에 공기를 마시면서 보낸 첫날에 대하여 큰 의미를 부여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본다.부모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자식의 첫날밤도 남달랐을 것이고 태어난 장본인도 분명히 의미 있는 밤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첫 날 밤도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의 강으로 자연스럽게 빠져 버린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이성과 판단이 정립되어가는 과정에서 집떠난 상황에서 첫날밤을 맞이하는 경우는 수학여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집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잠을 잔다는 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가족 여행이라던가 친지의 방문을 통해서 새로운 숙박을 할 경우도 있겠지만 제도적인 영역에서 공식적으로 새로운 밤을 보낸다는 것은 특이할 만 일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라는 곳을 거쳐 왔음으로 이런 경험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예전 초등학교 시절에 수학여행을 삼척으로 갔다 온 기억은 나는데 잠잤던 추억은 사라진지 오래된 것 같다. 왜 그렇겠는가? 당시에도 누군가가 수학여행의 첫날밤에 대하여 진한 스토리를 이야기 해 주었으면 오랫동안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많은 사람들이 첫날밤을 결혼식 후 초야에다 국한시켜 놓은 우를 범하고 있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결혼초야의 추억을 그 다른 어느 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야라는 개념을 왜 결혼 첫날밤에 고정을 시켜 놓았는가에 대해서도 필자는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죽지 않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쩌면 초야와 같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가 80살을 산다고 가정을 했을 시 29,200밤을 맞이하게 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이 밤들을 매일 초야처럼 가슴 설레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혹자는 가슴이 너무 뛰어서 제명에 못 사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겠지만 밋밋하게 지나는 밤 보다야 설레는 밤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간은 관념의 동물인 것이다. 내 생각이 엄청 중요하다고 인식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변의 생각에 더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남이야 전봇대를 뽑아서 이빨을 쑤시던 무슨 상관이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남이야 어찌 되었던 내 멋대로 하겠다는 심보가 넘쳐나는 경우일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내 의지대로 사는데 대하여 뭐라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첫날밤이라는 하나의 관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묘미가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허구하게 많은 날 밤을 보내면서 초야는 오로지 신혼여행 첫 날 밤만 있다고 생각하면 그 나머지 무수한 날들은 무엇이 되겠는가? 매일매일 밤에 의미를 두고 잠자리를 하자는 것이다. 돈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삶은 하루하루가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통념이 의미를 퇴색시킬지라도 자신만이 가지는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을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초야라는 것이 결혼 첫날밤이란 통념에 집어넣는 순간 나머지 날들은 그저 평범한 허드레 날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통념에서 벗어나는 날 새록새록한 밤이 매일 우리를 기다려 줄 것이라 생각된다. 인생이 아무리 피곤하다해도 하루하루의 밤을 맞이할 때 마다 초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잠자리에 든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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