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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쇠기 - 고향길에서 해외 여행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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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쇠기 - 고향길에서 해외 여행길로
명절에 해외로 간다고 했을 시 옛날에는 집안 어른으로부터 영락없이 ‘후레자식’으로 찍혔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변하면서 옛날 사고방식의 기준으로 본다면 후레자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향을 찾기 위해서 트렁크에 바리바리 선물을 준비하는 대신 해외로 나가기 위한 트렁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시대에 온 것이다. 이제는 명절 때 해외여행이 생소하지만은 않은 풍경으로 다가온 것 같다.
한 참 전 시대에 콘도에서 차례를 지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지금보다야 훨씬 전에 이야기인 관계로 당시에 그런 풍속도는 전통 고수파들에게는 ‘싸가지 없는 부류’정도로 여겨졌을 것이다. 당시에 콘도에서 명절을 지내는 사람들은 그런 수모적인 욕을 먹어가면서 명절풍속도를 바뀌어 놓았다. 그런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 덕분에 명절 풍속도는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를 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명절 때 해외여행이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에 집안 생활에 근간은 가부장적인 제도의 틀에서 이루어졌다. 집안에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그 집안에 주역이었고 그 주역의 사고방식에 의해서 집안 전체가 좌지우지 되었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집안의 규율이자 법도였던 것이다. 좀 고리타분했을 는지 모르지만 일사분란한 체제였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주역 이외의 사람은 할 말을 다 하고 생각한 대로 다 행동에 옮기기란 수월치 않았으리라 본다. 덕분에 우리는 조선 오백 년 동안 끔찍이도 우리의 문화를 잘 지켜왔다고 본다. 그런 문화가 일본사람들의 한국 혼 말살 정책으로 한 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심지어 설날도 그들의 입맛에 맞게끔 양력으로 변화시켜 놓았을 정도이다. 아무리 가부장제도가 우리 몸에 뱄다 하여도 일본 사람들 칼날 앞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고 본다.
이제는 가부장적인 가족사회도 물 건너갔다. 아이들을 많이 낳지 않는 세상에 돌입하다보니 어른들 눈치보다 아이들 위주로 가족생활이 변화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외식을 하러 가도 아이들 위주이고 여행을 한다하여도 아이들의 의사를 물어 볼 정도이다. 옛날에 담뱃대 물고 어험 하던 나이또래가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나이 먹은 아저씨나 할아버지들의 위상이 있는 대로 추락한 형국인 것이다. 문화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몇 십 년 전만 하여도 담뱃대에서 권위가 실려 나왔는데 이제는 담뱃대를 물은 사람이 범칙금을 내야하는 시대로 들어온 것이다. 나이 먹은 아저씨나 할아버지들이 점점 더 불쌍해지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인생말로가 심히 불편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설 명절에 인천국제공항은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인파고 북적거린다고 한다. 그들이 인천공항을 관광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닌 한 해외로 나갈 사람들일 것이다. 명절을 쇠기 위해서 고향 앞으로 가야할 사람들이 해외로 꾸역꾸역 나가는 것이다. 시골에서 자식들과 손자들이 올 때만 학수고대하는 촌로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용납하기 어려운 처사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집안에 어른으로서 권위를 좀 잡고 싶어도 잡을 자식이나 며느리, 손주가 아예 해외로 다 나가 버린 것이다. 이렇게 허망한때는 유사 이래 없었으리라 본다.
그렇다고 자식들과 손자들이 조상을 버리고 다 해외로 송출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 본다.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그래도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선물보따리를 들고 갈 것이다. 옛말에 “등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장삼이사 부류들의 대부분은 밀리는 도로를 원망치 않고 묵묵히 고향으로 내려갈 것이다. 요즘 매체가 워낙 발달하였기에 고향을 찾는 많은 사람도 고향 대신 해외로 설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다 보고 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 속에는 고향보다는 해외를 더 생각할는지 모른다. 어쩌면 해외에 나가고 싶어도 현실의 여건이 허락지 않아서 못 나가는 것 뿐이라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고향으로라도 갈 정도가 되면 다행이 아니겠는가.
명절을 가족과 함께 고향에서 보내고 싶어도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무진장 많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업 자체가 유독 휴일에 집중되어 있는 사람들, 가고 싶어도 갈 비용이 마땅찮아서 못가는 사람들, 가서 어른들의 잔소리 듣는 것이 겁이 나서 못 가는 사람들, 시험 준비는 촌각이 아까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같은 경우는 본이 아니게 고향 가는 길을 접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고향이라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할 는지도 모른다. 인간사는 상대적인 것이다. 내보다 나은 사람들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이고 내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쭐해 질 수 도 있는 것이다. 내 자신은 똑 같지만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내 자신이 판단지어 지는 것이다.
명절 때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라 본다. 나름대로 그들이라고 애로사항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남이 뭣을 한다고 이상하게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남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다면 서로가 인정을 해 주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남이 비행기를 타는데 나는 똥차밖에 못 탄다고 생각하면 내 자신이 초라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명절 때 집안 어른이라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데 의미를 두면 이번 설 명절도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명절 쇠는 것도 하나의 문화라 본다. 문화는 살아있는 생명체나 마찬가지라 본다. 특히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어제의 문화가 벌써 옛 것이 되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통문화를 고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세시 전통문화가 몇 천년동안 이어져 왔는데 요즘에 와서 급격하게 변함으로서 미처 적응을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 문화도 이런 격동기를 거쳐서 정립이 되었다고 보면 작금에 새롭게 부각되는 세시문화도 미래에 가면 언젠가는 구세대 문화로 전락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은 현재의 문화에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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