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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빠른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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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빠른 나이
젊은 날에는 매사를 단칼에 해결했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았다. 헛다리를 짚어도 좋았다. 나중에 만회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뭣을 해도 겁이 나지 않았다. 안되면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천방지축의 사고방식으로 살다보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첫 번째 타자가 연애질이었다. 이 연애질에서 가장 큰 맹점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애 상대자와 열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시간 까먹기 과정이나 진배없다는 것도 알았다. 연애가 인생의 목표인 사람이 아닌 한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의 시간을 너무 빼앗는다는 것도 일종의 죄악이라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연애의 과정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주구장창 연애질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날에는 연애를 할 수 있는 특권을 준 만큼 그 특권을 십분 발휘하면 좋겠지만 그것도 정도에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살아 온 것이다. 하루를 정신없이 흘러 보내고 나면 뒤따라 한 달도 그냥 묻어가는 식의 생활이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는 막연하게나마 때가 되면 뭔가 이루어지겠거니 하는 아련한 망상에서 헤매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나의 삶에서 주저하는 시간대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는 그야말로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아니면 안 될 일이라는 것도 엄청 많았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한 발 물러서서 그 당시를 바라보면 그야말로 쓰잘데기 없는데 너무 공도 들이고 시간도 허비했다는 것이다. 결국 알맹이 없는 허드렛일에 귀중한 시간과 열정을 바쳤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과 인생을 진쪽에다 쓰지 못하고 허드렛일에다가 전력을 다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회의를 가져본 사람도 있으리라 본다. 아니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진쪽에 해당되는 분야에 기웃거리면 그래도 미래가 더 보장될 터인데 그렇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지금 이런 허접한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보다 더 가치있고 훌륭한 일도 있을 법 한데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이 필자의 인생에서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타자가 보았을 때 전형적으로 쓰잘데기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하면서 가치있고 보람찬 일을 하자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가 될는지도 모른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그래도 제일 빠르다고 했겄다. 문제는 무엇이 늦었는지 모르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삶이 제 궤도를 돌고 있는지 아니면 헛다리를 짚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살아 본 다음에서야 과거에 고비때 자신의 판단을 책망하는 것이다. 젊은 날부터 제대로 판단하고 행동했다면 더 좋은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한 과거의 행적을 아름다운 추억 정도로 남기는 것이 그래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서 가장 서글퍼지는 부분은 무슨 일을 하고 싶어도 어지빠르다는 것이다. 나이 먹고 다시 군대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질을 할 상황도 아니고 젊은 애들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것도 그렇고 하다보니 점점 느른해 지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처사인지도 모른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처럼 혈기왕성하게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돌아갈 것이다. 그래도 안정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나이 먹은 사람들이 설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하면 수긍이 가리라 본다.
누군가가 그랬다. 하루 중에 가장 어지빠른 시간이 오후 3시라고 했다. 이 시간대에는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것도 좀 그렇고 오전에 했던 일을 마무리 하기에도 좀 그런 시간대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오후 2시만 되어도 새로운 일을 추진할 여력이 있다고 보는데 오후 3시는 그렇게 하기에는 고개가 갸우뚱 해 지는 시간대 인 것이다. 그렇다고 오후 3시를 건너뛰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 한 이 시간대를 어떻게 활용하는 가가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후 3시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이란 남들이 하기 어려운 것을 이루는 것인 만큼 이 시간대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가장 어중쭝한 시간대는 언제일 것인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전인수 식으로 인생의 시간대 마다 해야 할 일들이 있음으로 어느 시간대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는 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때는 있는 것 같다. 바로 젊은 날인 것이다. 이 젊은 날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중년의 운이나 말년에 운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젊은 날을 대충대충 때운 사람은 중년이나 말년도 대충대충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생은 쌓으면서 가는 것이지 허물면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바이런인가 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유명해 졌더라.” 라는 이야기를 나의 인생에 대입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바이런도 어느 날 아침에 유명해 진 것이 아니라 젊은 날에 갈고 닦은 내공이 쌓여서 어느 날 보니 유명해져 있었을 뿐인 것이다.
단정해서 인생에서 가장 어중쭝한 시간을 찾는 다면 그 시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화를 낼 것만 같다. 하루에서 가장 귀한 시간대와 가장 어지빠른 시간대가 있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어지빠른 시간대는 존재하리라 본다. 그 시간대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것을 언제 느끼느냐가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30, 40대에서도 이런 것을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환갑을 넘기면서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정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뱅이에 힘이 부친다고 생각하는 연령대가 아마 어지빠른 시간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조금만 시간이 내게 더 주어진다면 이런 일도 해 보고 싶은데” 라는 것이 머릿속에서만 맴돈다면 이는 어지빠른 시간대에 들어 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자판을 너무 두들겼더니 어깨도 아프고 눈도 침침하고 배도 슬슬 고파온다. 어지빠른 시간대를 넘기고 나면 다음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밥이나 먹고 헛소리는 적당히 하고 편하게 쉬라는 시그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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