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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
봉급만큼 야누스적인 대상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봉급날이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예전에는 봉급을 현찰로 주었던 시절도 있었던 모양이다. 노란이 아니라 누런 봉투에 현찰을 차곡차곡 담은 두툼한 봉투가 한 달에 한 번씩 셀러리맨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적도 있었다. 그 봉투를 통하여 가장의 권위까지 세웠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통장으로 들어가는 관계로 그런 손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가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에 집어넣는 작업이라 했다. 봉급은 주는 주체가 받는 객체의 가치를 판단하여 그와 상응하는 댓가를 화폐로 지불하는 형태를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화폐가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시절에는 쌀 같은 것으로 지불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어찌하였던 봉급을 받는다는 것은 주는 쪽에 그만큼 이상의 가치를 제공했다고 본다. 그 제공 영역은 인간의 힘을 통하여 아니면 머리를 통하여 아니면 난제를 해결하는 등이 아닐까 싶다. 정책적으로 책정된 봉급을 받는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개인 기업 같은 경우는 회사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더 올려주었느냐에 따라 봉급의 액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달 일을 한 댓가로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내 주머니로 오게 되는 종착지가 봉급이라 보면 될 것이다.
봉급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다양하리라 본다. 보통 봉급을 받고 사는 사람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표현이 ‘쥐꼬리만 한 봉급’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기여도가 높은데 받는 페이는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쥐꼬리에 빗대어 말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반대로 봉급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 뭐 대수롭지도 않은 일을 했는데 봉급만 많이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봉급을 받는 직원을 ‘돈 먹는 하마“정도로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같은 봉급이지만 주는 측과 받는 측의 생각이 이렇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봉급을 통하여 가계도 꾸리고 외상값도 갚고 공과금도 내고 자녀의 학자금으로 지출하게 된다. 요즘은 모든 것이 전산화 자동화가 되다보니 많은 돈들이 통장을 통하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로 되어있다.
돈 버는 재미도 있지만 돈 쓰는 재미도 그에 못지 않게 있는지라 통장에서 알음알음 자동으로 빠지는 각종 공과금, 매달 자동으로 이체되는 각종 보험료 따위로 인하여 발생되는 빈털터리 통장은 우리를 늘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분명히 봉급은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데 그 통장은 늘 홀쭉함에서 벗어날 날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돈 버는 맛과 쓰는 맛을 동시에 잃어버리게 되는 암울한 현실이 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정착이 되면서 우리 사회는 사용자와 피고용자로 나뉘게 된다. 우리의 교육은 피고용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학교에서 뼈 빠지게 공부를 하는 것의 대부분은 사용자가 되기 위함보다 피고용자가 되기 위함으로 진행된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투자자나 오너가 될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 들어가 충실한 사원이 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고용자보다는 피고용자의 밥자리 창출이 훨씬 많기에 그런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도 간과할 일은 아니라 본다.
봉급은 사람의 능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물론 봉급을 타 먹는 사람 중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봉급 수준 이상의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정설이라 본다.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봉급 수준에 맞추어서 생각과 행동이 고착이 된다는 것이다. 봉급을 좀 더 많이 주면 그 만큼 레벨에서 수준향상이 된다는 것이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이야기할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직업군에서 봉급의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능력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 본다. 해서 개인 기업체 같은 곳에서 연봉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런티를 거의 밝히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고 본다.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자연스럽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봉급이 사람의 능력을 업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어떤 사람이 능력은 있는데 봉급에 고착되어 발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을 때 그 사람에게 봉급의 인상 카드를 제시하면 그 사람은 인상분 만큼의 능력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주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오너는 투자의 차원에서 봉급을 올려줄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능력이 뛰어나다 해서 봉급을 더 주는 사례는 없겠지만 개인 회사에서는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그 이상의 값어치가 나온다면 분명히 배팅을 하리라 본다. 봉급이 사람의 능력을 정체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능력을 제고시키는 순 기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 어, 하는 순간에 세월은 흐르고 자신의 예리했던 능력이 무뎌지며서 다른 곳으로 가 봐야 찬밥 신세가 될 처지가 되면서부터 봉급에 노예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회에 초년생들은 봉급을 받는 순간, 지금까지 부모가 투자한 돈과 자신이 쏟은 열정에 대한 댓가라 생각하고 물 불을 가리지 않고 뛸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 세계의 선배들의 행태를 보면서 서서히 그와 같은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일은 봉급만큼 하면서 봉급 때만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이 된다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젊음으로 버틸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치고 올라오는 신진세력을 당할 수 없으면 도태라는 세계로 빨려들어 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다다르게 된다. 소위 말해서 그 세계에서 퇴출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도 항변은 하리라 본다. 나는 회사를 위하여 분골쇄신했는데 회사는 나를 헌신짝 버리듯 버렸다라고 분개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회사는 직원의 호구지책을 책임지는 곳은 아니라 본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이익을 창출해 주지 않으면 냉정하게 처리하는 곳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봉급의 많고 적음은 무엇으로 결정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지금은 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어떤 직종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에 따라서 급료가 거의 평준화되었다고 본다. 그 평준화의 기준 잣대가 최저임금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법적으로 어느 정도 급료를 줘야한다는 법 테두리에서 맴도는 사람들이 많다고 본다. 조금이라도 피고용인을 생각하는 오너의 경우 적정 수준의 급료를 주겠지만 많은 사용자들은 노동자의 인건비를 자신들의 이윤과 연동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임금을 지불하면 자신의 파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서로가 상생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착한 오너가 있는 반면 노동착취 수준까지 가는 별로 착하지 않은 오너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종의 업종끼리는 직접적인 카르텔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어느 정도의 급료를 맞추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직종군에 따라 봉급의 수준이 평준화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봉급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댓가의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더 심하게 표현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도 하나의 상품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류상품은 비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저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비싼 값으로 평가받기 위하여 부던히 노력을 했고 노력을 하고 있으리라 본다. 똑 같은 인간으로서의 개체이지만 어떤 사람은 많은 봉급을 받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을 봉급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똑 같다면 불만이나 불평이 덜하겠지만 차이가 나면 날수록 갈등의 요소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봉급의 애환이 이런 곳에서 싹틀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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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님의 댓글
공병호 작성일
첫 월급 42,000 원 퇴근길에 뒷주머니속에서 누런봉투를 꺼내 튀김닭 한 마리...
그 것도 누런 종이봉투에 담아 경월소주 한병을 곁드려 사 가지고 집으로 향하던
퇴근길이 얼마나 즐거웠던지...
군대 가서 한 달을 빡빡기고 받아든 700원 그 때엔 눈물이 핑 돌았었지요
지금생각해 보면 100원도 아껴써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