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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에서만 스며 나올 수 있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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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에서만 스며 나올 수 있는 감동
스처지나가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자세히 보면 보일 듯 말 듯 할 것이다. 더 자세히 보려고 하면 그 안에서 뭔가 보일 것이다. 같은 대상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보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것이 이 세상에 무수히 많은 대상이라 본다. 그 대상 하나 하나가 유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고 무의미 할 것도 있을 것이다. 인생사가 의미 없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과 의미를 두고 접근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건성으로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대상이지만 어느 시대에 존재했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제시한 참외를 역사적으로 들여다보자. 우리나라의 재래종 참외는 강서참외, 서울참외, 성환 지방에서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는 개구리참외 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 시대에 재배가 되었던 참외는 육종의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전래되어 오던 품종을 그대로 이어 받아서 재배하였던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진돗개처럼 유전인자가 고정된 품종이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처럼 유전이나 육종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알게 모르게 육종의 형태는 유지되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적용시켜 볼 만한 육종형태가 선발육종이었을 것이다. 이는 직접 교배에 의해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많은 품종 중에서 가장 잘난 놈을 찾아서 종자로 사용하는 케이스인 것이다.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면 미스코리아를 선발한다는 개념을 보면 될 것이다. 미스코리아를 만들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멋있는 총각과 그와 상응하는 처녀를 결혼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아가씨 중에서 가장 멋있고 잘 생긴 사람을 찾는 방식이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선발육종도 끊임없이 하다보면 좋은 형질의 유전자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정도 이런 방식으로 흐르다보면 순종에 가까운 개체가 나온다는 것이다. 요즘에 나오는 각종 종자는 하이브리드로 만들었기에 거기서 나오는 종자를 받아서 심으면 그 에미의 형질과는 딴판의 수확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쉽게 풀어본다면 아기볼테기 같이 생긴 허여멀건 백도의 씨앗을 심은 후 거기서 나오는 복숭아는 까투리가 나오는 경우와 상통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참외는 은천계통으로 일본에서 유래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참외와 밀접하게 생활하였기에 이 참외가 우리의 고유한 혈통을 가진 것으로 알기 쉬우나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왜 쓸만한 품종은 죄다 일본에서 들여왔는가에 대해서는 차후에 기회가 있으면 소개하기로 한다. 처음 이 품종이 일본에서 들어왔을 때에는 지금처럼 이렇게 아삭아삭하거나 달짝지근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을 하는 과정에 유전이나 육종기술도 따라서 성장하게 된다.
은천계통의 참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품종이 금싸라기 참외로 알려진다. 지금까지 밋밋한 맛을 내던 은천계통에서 금싸라기라는 획기적인 품질을 가진 품종이 태동하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은천계통에 멜론의 피를 집어 넣어서 만든 것으로 형태는 은천을 유지하면서 단맛은 멜론의 피를 넣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발상 자체가 바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은천계통의 참외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는 한국이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각은 다른 나라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참외의 예를 들었을 때 일단 달짝지근 해야 하고 과육의 치감은 아삭아삭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외가 바나나처럼 물컹물컹 하다면 그 참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참외의 육종은 그야말로 한국 사람들 미각에 최대한 맞추어 개발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우리가 먹는 은천계통의 참외를 “korean melon”이라 칭했겠는가? 역으로 표현한다면 외국 사람들은 이런 참외를 즐겨먹는 우리들의 성향을 특이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말했거늘 우리의 맛에 대한 개성이 새로운 맛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참외를 먹기는 먹는데 즐겨 먹지는 않은 부류에 속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참외는 잘 익을수록 그 안에 씨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다. 씨를 발려내기도 그렇고 먹자니 그 또한 꺼림칙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씨를 발려내면 그 자체가 악성 쓰레기로 변한다. 참외의 성수기가 여름이 되다보니 물이 줄줄 흐르는 태좌부분을 버리고 나면 이내 날파리가 습격을 하여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게 된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오이처럼 단위결과를 만들어 씨가 생기지 않고 태좌부분만 발생되도록 한다면 악성쓰레기를 줄이는데도 일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일부 참외 애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씨 없는 참외를 어찌 참외라 부를 수 있느냐는 사람도 간혹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참외를 먹고 실외에서 용변을 보고 난 후에 싹이 터서 서리가 올 무렵 그것이 익으면 개똥참외가 되는 것이다. 개똥참외는 아무리 잘 키워도 본 참외 맛이 잘 안 나게 돼 있다. 왜 그런지는 앞에 소상하게 밝혀 두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참외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필자가 30대 초반, 총각이었던 시절 같은 총각 무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젊음을 불태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하게 행동도 간혹 했다고나 할까? 당시에 지금처럼 어른스러운 생각을 했다면 필자의 팔자는 더 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당시 같이 업쓸려 다니던 모 총각이 모 장소에서 참외를 깎게 되었다. 은천참외의 계통은 골이 열 개가 나 있다. 그런 관계로 이 참외를 깎을 때에는 백이면 백사람 모두가 배꼽에서 꼭지를 향하여 골을 따라 칼질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당시에 참외를 깎던 총각은 사과나 배 깎듯이 옆으로 돌려가면서 깎는 것이 아닌가? 당시에 그 사람이 그런 방식으로 참외를 깎는 모습을 보고 필자는 충격을 받았었다. 세상에는 저렇게 하는 방식도 있구나 하는 것을 당시에 크게 깨달았다. 그렇다고 그 이후 필자의 그 친구처럼 참외를 옆으로 돌려 깎지는 않았지만 발상의 다양화가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을 당시에 크게 느꼈다. 지금도 참외만 보면 그 사람의 얼굴이 생생하게 뇌리에 스친다. 남에게 뭔가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한 인상이라는 것이 조그만한 것에서도 기인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본다.
참외가 이 시대의 조류에 가장 크게 휘말렸던 사건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최신식 무기와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참외를 가지고 먹고 사는 동네가 있었으니 경상북도 성주군이다. 이곳의 기후와 토양이 참외재배에 최적지였기에 과거부터 참외의 주산지로 명성을 날렸다고 본다. 이렇게 품질 좋은 참외가 나오는 고장에 미국의 최신식 무기인 사드포대가 들어오게 된다. 성주참외가 갑자기 사드참외로 변신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참외를 재배하는 많은 농민 및 주변의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사드포대의 성주 배치를 반대했지만 결국 그곳에 배치가 되고 말았다. 이후 그쪽에서 나오는 참외가 사드참외라는 별칭을 달고 다니는지는 모르지만 참외가 본이 아니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했던 시대도 있었다.
과거 사오십년 전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참외서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겨 주었다. 어린 시절, 그야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하여 밤에 남의 참외밭을 습격하여 참외서리를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다보면 된 서리를 맞겠지만 당시에는 일종의 애교로 넘어갔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못된 주인을 만나면 혼줄이 더 났겠지만 그로 인하여 인생이 망가졌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았을 때 모든 것이 인간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당시에 남의 참외밭에 무단으로 들어가 참외를 훔쳐 먹었던 서리 문화(?)는 지나간 이야기 거리에 불과하게 되었다. 지금에 커 나가는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로 넘어가리라 본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엮어서 하나의 문화영역으로 넘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름철에 달달한 맛과 특유의 향기를 제공해 주는 과일의 대명사가 참외가 아닐까 싶다. 맛과 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과일로는 이를 따라갈 대상이 없다고 본다. 이런 과일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 미각적으로 감동을 준다고 본다. 품종개량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참외를 만든다면 이 또한 참외를 통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복고풍으로 돌아가서 참외를 가지고 장아찌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지금을 사시사철 싱싱한 과일과 채소가 재배도 되고 수입도 되는 터에 저장의 풍습은 많이 사라졌다고 본다. 과거에는 농산물의 생산이 특정계절에 한정되었던지라 그 철이 지나면 다음 철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에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장아찌 문화라 본다. 지금도 장아찌를 통하여 전통의 맛을 내는 경우가 있지만 덜 익은 참외를 가지고 장아찌를 담그는 사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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