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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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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3-31 21:40 댓글 0건 조회 7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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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마지막 날


   마지말날이라는 이미지는 정리와 반추, 약간의 후회가 주종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한 달의 마지막 날은 그 달에 내가 이루어놓은 많은 일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매년 3월을 정리하면서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그렇고 그렇게 돌아가는 한 과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아쉬운 달이 아닐까 생각된다. 작년 3월이나 올 3월이 큰 차이 없이 지나갔다면 그 것은 너무 무의미한 삼월 보냄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3월에 시작은 삼일절로부터 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회사나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3월의 시작 일에 여유를 조금 가질 수 있음으로 가볍게 출발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첫 매에 코피 터진다고 봄을 시작하는 첫 달에 첫 날부터 격무에 시달리는 것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공휴일이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달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3월을 가장 설레게 맞이하는 사람들은 학생과 학부모 일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를 들어가게 되면 기존에 다니던 학생들은 싫으나 좋으나 한 학년씩 올라가게 된다. 학교 현장이 새롭게 재구성되면서 많은 변화의 신호탄을 쏘는 달이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년에 들어가고 올라가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큰 기대감으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친구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선생님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3월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새롭게 열리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자연은 어떤가? 2월 달까지만 하여도 춥고 우중충 한 이미지로 고착이 되어 있었는데 3월이 되자마자 확연하게 반전이 되는 것이다. 228일과 31일에 기후 차이가 나 봐야 얼마나 나겠는가 만은 31일을 맞이하는 순간 봄이 코앞에 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연의 변화라는 것을 읽어 내는 것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온도의 변화도 있겠지만 마음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인 것이다.

 

   삼월은 모든 생명체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준비를 하는 단계라 본다. 어떤 동물은 봄이 돼야지만 생식호르몬이 나와 교미를 하게 되고 또 어떤 동물은 새끼를 키우기 쉽게 키우기 위하여 지난 해 가을에 교미를 한 후 봄에 낳는 경우도 있다. 새들은 새끼를 생산하기 위하여 둥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달이다. 생물의 시계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는 달인 것이다.

 

   이른 봄에 얼른 꽃을 피우고 이내 씨앗을 만드는 꽃들은 삼월이 오기 무섭게 개화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자생화는 역시 복수초가 아닐까 싶다. 이런 부류의 꽃들은 다른 키 큰 식물들의 잎이 지상부를 덮기 전에 꽃 피우고 열매를 맺고 여름 휴면에 들어가는 풀들이다. 3월에 피는 꽃들은 대부분 여름철에 지상부가 마르면서 뿌리만 살아 있다가 이른 봄 땅 풀리기가 무섭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보다 더 먼저 활동하는 풀들은 겨울 월동 잡초일 것이다. 눈 녹기 바쁘게 새싹을 틔우면서 새 생명의 출발을 압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삼월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현대판 인간의 삶은 봄여름 할 것 없이 늘 바쁘고 분주하게 지나가게 된다. 봄이라고 일을 더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울이라고 놀고먹는 법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계절과는 관계없는 삶이 이어지는 것이다. 아니 일 년 내내 벌어야지만 먹고 사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경시대에는 달랐다. 농사라는 것은 농번기와 농한기가 어느 정도 구분이 되어있었다. 삼월은 농번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우리 민족은 농경을 중심으로 이어온 민족임으로 현재까지 우리 몸에는 농경의 문화가 DNA로 각인이 되어 있다고 본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도 삼월이면 씨를 뿌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삼월 맞이는 긴 휴식의 터널을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매진하는 세계로 넘어오는 달인 것이다.

 

   삼월은 씨를 뿌리는 달인 것이다. 물론 1월이 모든 일의 시작이라 하겠지만 농경의 씨는 역시 봄에 뿌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씨를 뿌린다는 것은 비단 벼나 콩 같은 종자도 되겠지만 내 인생에서 필요로 하는 세계를 열기위하여 투자를 하는 것도 해당 된다고 본다. 3월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날에 거두어 드릴 곡식이 없다는 것이다. 朱子十悔에 보면 春不耕種秋後悔란 말이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시점이 바로 3월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어쩌면 1월에 계획이 제대로 안 된 경우 3월에 계획을 수정해서 추진해도 때가 늦지 않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마음에 기회를 그만큼 많이 부여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월이라 해서 만물이 소생하는 등 전반적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것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모를 잠재적 고통도 있으니 이는 다름 아닌 산불인 것이다. 3월은 우리 영동지방에서 보았을 때 산불이라는 큰 재앙이 항상 우리 곁에 있는 달이기도 하다. 유독 영동지방에 산불이 많은 것은 봄철 건조와 함께 강한 바람이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비가 온다고 해도 강한 바람이 한번만 몰고 오면 이내 건조해지는 날씨로 인하여 영동지방은 늘 산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삼월이 오면 산에 있던 조상 눈이 녹으면서 온 산천이 산불 취약지구로 변하게 된다. 누군가가 불쏘시개를 던지기가 무섭게 불이 타오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닫는다는 것이다. 이 산불은 삼월을 지나 4월까지 이어지게 된다. 산 정상에 새 순이 돋아날 시점정도 가야지만 산불의 위험이 잦아든다는 것이다. 삼월이 되면 다른 지방에서는 큰 걱정거리가 아닌데도 우리만 유독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산불인 것이다.

 

   3월이 시작된 가 싶었는데 어느새 다 지나가 버렸다. 시작할 무렵은 엄청 추웠던 기억이 나는데 끝나는 시점은 초여름 같은 느낌이 들어갈 정도이다. 월초와 월말의 온도차가 이렇게 큰 달도 없지 않을까 싶다. 한 달 만에 일어나는 이런 격변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2018년의 삼월은 홀연히 지나가고 있다. 올 삼월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신도 하지 못할 정도의 불가역적 시간인 것이다. 신도 함부로 건들이지 못하는 시간을 우리는 사용을 했다. 올 삼월이 우리의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 글을 읽으면서 한번은 뒤 돌아볼 기회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본다.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많은 일은 한 것 같은데 남은 것은 하나도 없이 그냥 지나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사람이라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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