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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망가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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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망가지면
동물에는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으나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모습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정신이라는 세계이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세계에서 정신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만약 동물에게도 정신의 세계가 뚜렷하게 있다면 그들의 몸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인간은 도덕적으로 설 땅이 마땅찮을 것이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동물에게 나타나는 정신세계는 본능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육체도 큰 몫을 하겠지만 정신의 세계가 더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육체가 아무리 건강하다해도 정신이 제대로 박히지 않으면 인간대접을 받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라 본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정신의 세계를 단련시키기 위하여 부던히도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책을 통하여 또 어떤 사람은 자신보다 나은 스승을 통하여 또 어떤 사람은 경험을 통하여 정신세계를 넓혀가고 있다고 본다. 결국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논리도 성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험한 데이터도 있었다고 한다. 구한말을 지나면서 양의(서양 의술을 구사하는 의사)가 들어오게 된다. 이때 모 양 의사가 건전한 신체를 가진 사람을 불러 놓고 “당신은 모년 모월 까지 밖에 못 살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던져 놓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건장한 사람은 그 의사가 던진 시점이 오자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죽은 사람이 그 의사의 말에 신봉하여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는 학술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간의 정신세계가 망가지면 육체는 한 순간에 망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이야기 했다.
반면 정신이 육체를 리드하는 입지적인 인물도 이 세상에는 많이 있었다. 최근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브호킹은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보통사람이 이루어내지 못하는 업적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아니 우리지역에서 요즘 열리고 있는 페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입지적인 이야기도 정신의 세계가 육체를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육체가 망가지면 자연스럽게 정신도 망가지는 시스템으로 간다는 것이다. 아무리 건장한 육체를 가진 사람도 그 육체의 손상이 오는 순간부터 정신이 병행하여 망가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남의 사례에서 빌려오지 않고 우리 자신의 경우를 살펴보자. 겨울철에 흔히 걸리는 감기도 지독하게 걸리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삶에 의욕도 떨어지게 된다. 이런 것이 장시간 이어진다면 우리의 정신은 그만큼 약화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병원에 가 보면 육체가 망가져 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물론 육체는 멀쩡하나 정신이 망가져 오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전자가 훨씬 더 많으리라 본다. 이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육체가 망가지면서 정신도 따라 가는 사례를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마다 다 특성이 있고 정신의 세계도 다양함으로 일방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패턴은 그런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그와 관련된 학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지극히 상식적으로 접근한다 했을 시 육체가 망가졌는데 정신이 또렷하다면 얼마나 살기가 힘들겠는가? 이와 관련하여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인간에게 자동차 사고 등 육체적인 큰 충격을 받으면 정신을 잃게 된다. 이런 메카니즘은 인간이 삶에 한계를 넘었을 때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본다.
자연 노화도 마찬가지라 본다. 우리가 봤을 때 뇌세포는 육체보다 보존이 잘 되기에 더 오래 갈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육체는 멀쩡한데 뇌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망각의 길로 가는 것을 우리는 치매라 일컫는다. 옛말로 한다면 망령이 들린 셈인데 이런 증상은 두 가지 패턴으로 인간에게 다가온다고 한다. 하나는 어느날 갑자기 자기 집을 못 찾을 정도로 기억력이 급격히 감퇴되는 경우와 또 하나는 육체가 망가지면서 뇌도 연동하여 망가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 한다. 예를 들어 골다공증이 걸린 사람이 넘어지면서 뼈만 부러졌다고 생각되는데 치료하는 과정에서 치매 증상까지 병행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체는 정신과 육체의 발란스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올림픽 정신에 보면 “건전한 육체에서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슬로건이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살아 오면서 축적된 건강 상식을 한마디로 압축시켜 놓은 표현이 그것인지 모른다. 정신을 아무리 단련시켜 놓는다 하여도 육체의 어느 한 부분이 망가지면 정신세계는 것잡을 수 없이 황폐화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아프지 않게 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혹시 불의에 사고를 당하여 한 순간에 저승길로 간다 해도 사고를 당하는 순간의 아픔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서서히 아프다 저승으로 가느냐 아니면 한방에 큰 아픔을 거치면서 저승에 가느냐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저승에 가느냐에 대한 선택은 별로 없다고 본다. 일부 자살을 통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것은 극히 일부임으로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보편적인 삶과 죽음의 과정에서 겪게되는 정신과 육체의 아픔을 어떻게 조절하며서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 인간만이 가지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건전한 정신이 있는 곳에 건전한 육체가 있는 것이고 건전한 육체가 보전될 때 정신건강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적절히 병행시켜 건강한 삶을 유지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하는 것이다. 육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엄청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정신세계를 튼튼히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육체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정신세계는 육체가 탄탄하면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는 부산물 정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노화가 이어지면서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본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중 하나의 축이 빠지면서 나머지 영역도 동반부실이 되는데서 많은 인간은 더 큰 충격 속으로 빠지게 된다. 아픈 사람만 충격으로 간다고 하면 모를 일이지만 그 주변에서 인생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도 아픈 사람 못지 않은 아픔을 주는 것이 인간사가 아닐까 싶다. 나도 건강하고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 그런 세상은 없다는 걸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부처님이 인간에게 주어진 고통을 압축하여 ‘생로병사’로 표현을 해 놓았겠는가? 이 네 가지 요인이 인간의 세계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인간만이 겪어야 하는 숙명인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개개인이 죽을 때 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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