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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시인/김양희 - 침묵아,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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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8-03-14 01:11 댓글 0건 조회 1,0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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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알면서 모르는 척하던
전쟁과 폭력으로 인한 삶을
‘…평창에서 이야기하다’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침묵에
양질의 작품으로 평화를 지지하자
목소리 꺾이지 않게 해 주는 것이 
문학의 힘일 것이다 

국제인문포럼은 끝났지만
끝은 또 다른 힘의 시작이다.


오는 9일부터 평창에서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대회가 열린다. 

이를 계기로 2018 국제인문포럼이 ‘세계의 젊은 작가들, 평창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다-자연, 생명, 평화의 세계를 위하여’란 주제로 지난 1월19일부터 22일까지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대 두산인문관, 별마당도서관,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열렸다. 

행사 둘째 날 서울대 두산인문관에서 세계 작가들이 함께하는 포럼에 참가했다. 

이른 시각인데도 작가와 학생들, 일반참가자들로 연강홀이 꽉 찼다. 

우리도 이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포럼 일정이 끝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꽤 묵직하고 두꺼운 책인 <세계의 젊은 작가들, 평창에서 이야기하다>를 읽었다.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모르면서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전쟁과 폭력으로 인한 절망적인 삶의 이야기를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었다. 

낯선 이방의 작가가 아니라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소리. 처음 발표한 팔레스타인 칼레드 룹 작가가 눈빛을 반짝이며 차분하고 단호하게 이어가던 이야기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심심한 일상을 살고 싶다. 지루한 생활을 해 보고 싶다. TV를 보다가 잠들고 싶다.’ 

이 평범하다 못해 아무것도 아닌 호소가 청중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전쟁, 절망, 가난을 보며 세계가 무관심으로 침묵할 때 침묵을 깨우는 간절함이다. 

이 간절함은 지금 함께 숨 쉬는 사람들, 멀다면 먼 그러나 가깝다면 아주 가까운 지구위에서 조금만 돌아가면 만날 수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칼레드 흐룹 작가의 발표에 왜 이렇게 마음이 저릴까.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임무만 다하면 잘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물론 이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다는 것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그럼 글 쓰는 일을 하는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런 힘도 되어 주지 못하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은 아닐까? 

분노가 자라야 저항할 힘을 얻는다는데. 분노가 생겨도 곧 합리화시켜 사그라뜨리니 무엇도 할 힘을 얻지 못할 때가 많다. 

지금 “문학은 더없이 약합니다. 하지만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이 약함으로 우리는 우리의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약하기 때문에 다른 옵션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평화만을 말할 수 있으니까요. 

힘은, 약한 것들의 그 단호한 선택 속에 깃들 것입니다”라는 김연수 소설가의 이야기에 희망의 근육을 얻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나의 내면으로 작가의 목소리가 뛰어 들어와 마그마처럼 끓는다. 

글이면서 하나의 생명, 더없이 소중한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 분노가 자란다. 

분노를 승화시키는 것이 문학이다. 

침묵에 대항하자. 분노가 글을 쓰게 한다. 누구에게 알리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평화가 부르는 초청장에 답을 하자. 

침묵하던 세계가 한꺼번에 분연히 일어나는 기적도 있지만 하나하나가 모여 모두가 된다. 

2018 국제인문포럼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끝은 또 다른 힘의 시작이다

세계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침묵에 양질의 작품으로 평화를 지지하자는 바기프 술탄르 작가 이야기처럼 문학의 힘을 보여주자.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학생들. 궁금한 내용 야무지게 질문하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목소리 꺾이지 않게 해 주는 것이 문학의 힘일 것이다. 침묵아, 일어나라.


[불교신문3367호/2018년2월7일자]   

김양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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