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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꽃잎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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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꽃잎처럼
나는 지금 경포의 벚꽃 길을 걷고 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여린 바람에도 함박눈이 내리듯 하얗게 쏟아진다. 검은 아스팔트 도로가 하얗게 되어 빗질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 마냥 즐거워만 한다 하늘을 뒤덮은 하얀 벚꽃 터널 길... 달아 놓은 전등불빛이 벚꽃 사이로 새어나오는 불빛은 형광등빛으로 변해있었다.
삼삼오오 벚꽃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 손에 손을 맞잡고
거닐고 있는 청춘남녀들 마냥 즐거워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5일전인가 이곳을 차를 몰고 한 낮에 다녀간 적이 있다. 탐스럽게 맺힌 꽃망울들은 내일이면 따 먹을 수 있는 앵두 알 같았다. 그랬던 꽃망울이 벌써 낙화로 변하고 있으니 화무백일홍 이란 말이 떠오른다.
일행들 끼리 모여앉아 쉬어가는 벤치는 각 지방의 사투리와 억양이 서로 다르게 벤치를 장식하고 있다. 빈자리를 찾아 우리 두 내외도 잠시 벤치에 걸터앉았다. 조금 전 과는 날씨가 달랐다. 호수에 비친 별빛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벚 꽃잎은 흰 나비가 춤을 추듯 나풀거리며 내려앉는다.
나는 시인의 눈이라도 된 듯이 꽃잎이 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불규칙하게 저렇게 떨어질까? 라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내는 깔깔거리며 웃어대더니
뭐? 질서가 없다고? 저 수많은 꽃잎들이 차례를 지키고
순서를 지키고 질서를 지켜서 꽃잎이 떨어진다면 가을 까지 떨어져도 못다 떨어지겠다. 그러면 열매는 언제 맺어?
내 생각으로는 흠칫 “시인의 눈이 다르네”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벚꽃 송이만큼이나 많았던 인파도 꽃잎이 떨어져 빈자리를 남기듯 한적해가고 있었다. 검게 보이는 서산을 향해가는 달빛을 따라 벚꽃에 내년을 기약하며 손을 흔들었다. 잠자리에 들어 떨어지는 벚꽃도 질서 있게 떨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벚꽃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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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공병호님의 댓글
공병호 작성일
꽃잎 한 잎 한 잎 시간의 격차를두고 떨어자는것이 질서가 아니고 꽃을 피울 시기에 꽃이피고
꽃이 질 시기에 그 시기를 찾아 지는 것이 자연의 질서 라는 것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