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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만남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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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만남과 대화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세상살이는 엄청 쉬울 수 있을 것이나 현실은 그와 딴판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런 현상을 초월하기 위하여 후고구려를 세웠던 궁예는 관심법이라는 독특한 잣대를 사용하여 남의 생각을 보려고 했던 기록이 있다. 실제 남의 생각을 들여다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보통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좀 힘든 장면인지도 모른다.
많은 인간들은 남의 생각을 들여다 보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고 본다. 우리의 일상사에서 점을 본다거나 관상, 수상을 보거나 사주관상을 보는 것도 일종의 생각을 엿보자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보기 어려운데 남의 생각까지 데다본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의 생각을 들여다 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우리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치 못할 것이다.
인간의 세계에서 남의 생각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한 방편으로 대화를 떠 올릴 것이다. 이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만나야 할 것이다. 요즘은 매체의 발달로 인하여 만나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으나 직접 면대 면을 통해서 표정이나 행동까지 보면서 행하여지는 대화에서 더 확실한 마음을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남북 간 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65년 동안 분단되었던 남북 간이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 것이다. 기나긴 세월동안 서로가 비난하고 폭언을 일삼던 행위를 뒤로 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시발점을 만든 것이다. 왜 그리 으르렁거려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세월을 우리는 인내라는 속성을 통하여 감내 한 것이다. 만나지 아니하고 뒤에서 서로 비난하고 힐난하는 등, 서로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을 한 세월이 너무 길었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남북 간 정상들이 만남으로서 이런 악순환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했다는데 대해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만나야 알 수 있고 알아야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의 관계는 오로지 질시와 반목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경직된 가운데 애꿎은 세월만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을 청산할 수 있는 모멘텀이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와 같이 유교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에 쩔어있는 경우에는 윗사람이 어떻게 처신하느냐가 엄청 중요하다고 본다. 이제 양국의 정상들이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첫 시도와 출발이 좋다면 그 이후는 닦아놓은 길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막상 실천하면 아주 쉬운 것도 행동하기까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만나기라도 한다면 난리라도 일어날 것처럼 하는 호들갑을 떨었던 세력들이 바로 직전까지 우리나라를 이끌어 왔다고 본다. 이들은 만남이라던가 대화는 뒷전이고 오로지 상대를 궤멸의 대상으로 삼고 대처를 해 왔던 세력이라 본다. 자신들의 생각에 맞지 않으면 종북주의니 빨갱이니 하는 이념의 멍에를 뒤집어 씌우면서 탄압하고 억압하던 세력들이었다. 결국 그 세력은 국민의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주도권을 내 주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아무리 적대적인 관계라 하여도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엄청 중요한 일이라 본다. 적대적이라 하여 반드시 싸워야 한다면 인류는 하루라도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날이 없으리라 본다. 싸우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남과 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이역만리에 떨어진 인사들과도 손쉽게 만날 수 있는데 우리의 경우 남한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라 한다.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낸 후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자주 만났으면 감동이 적었을 터인데 양 국가가 생긴 이래 남한 땅에서 이렇게 만난 것이 처음인지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만남이 된 것이다. 어렵게 만나게 되어서 감격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까지 북측의 사람들은 우리와는 종자가 다른 것으로 배워왔다. 심지어 머리나 엉덩이에서 뿔난 인간들이 사는 동네로 알고 있었다. 서로를 너무 헐뜯은 결과 같은 민족이지만 우리와 가장 먼 남미라던가 아프리카의 이색적인 사람들보다 더 희한한 사람들로 각인되어 왔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왜곡이 있었는가를 우리는 생생하게 느끼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어제 만났던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었던가를 반문해 보자.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의상도 남한이나 북한사람들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은 특이한 복장을 갖추고 왔지만 그 또한 별나라에서 온 의상은 아니었다고 본다. 거기에다 언어는 어떤가? 통역이 필요 없이 양국 정상 간의 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식생활은 어땠는가? 그들이 먹는 음식이나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도 확실히 각인되었을 것이다. 외양에서 그들과 크게 다른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남과 북은 가까웠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 그렇게 낯설게 상대를 했던가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끔 된다. 아니 누가 양 국가 간의 백성들을 그렇게 낯설게 만들었는가? 설마 힘없고 빽없는 백성들 스스로가 자가발전을 시켜 그렇게 최악의 관계를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윗 층의 기득권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단일 국가를 양분시키면서 백성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렇게 만남을 성사시키고 보니 그 만남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앞으로의 이런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양 정상 간의 만남도 중요하겠지만 일반 백성들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서로가 만나기 위해서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정상 간의 만남에 궁극적 목표가 아닐는지.
아무리 좋은 사람이 있다하여도 만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아무리 좋지 않은 사람도 자주 만나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세계라 본다. 만나 보지 않고 대화를 해 보지 않고 지레짐작이나 주변정황만으로 상대방을 안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전 세계에서 남북한처럼 만남과 대화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없으리라 본다. 이역만리 타 인종들과도 면대면 아니면 사이버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세상인데 가장 가까우면서도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끼리 말 한마디 못하고 발자국 하나 제대로 넘을 수 없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은 결코 소망스러운 일이 아니라 본다. 교통과 통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세상에 땅에다 금 하나 그어 놓고 절대 넘지도 못하고 접근도 못하게 하는 이런 불합리한 세상을 살면서도 그 불합리함에 대해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세상을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이다. 홍길동이 살던 조선시대도 아니데 이렇게 콱 막힌 세상을 꾸역꾸역 살아가면서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백성들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양국 정상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본다. 우리는 오늘 이 만남을 위해서 65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린 것이다. 하루 이틀의 기다림도 만만치 않은데 그렇게 장구한 세월을 보낸 만큼 그 기대와 가치도 크지 않나 모르겠다. 발렌타인 30년산을 두 번 만들 수 있는 시간보다 더 긴 세월이라 보면 더 실감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긴 시간을 불목으로 보냈다는 것 자체에서 남이나 북이나 반성을 많이 해야 하리라 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고 했다. 그래도 이 시점에서 만남의 시동을 건 것 자체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간에 새로운 세상을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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