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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꺽어 배낭에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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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많이 났던 지역이라 감시가 심했는데
마침 비가 온 다음날이라 산불감시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밑에서 장화로 갈아신고 산에 올라갔습니다.
산마루쯤 올라가니 고사리가 하나둘 보입니다.
하나 발견할때마다 똑똑 꺽는 맛이 특별합니다.
산마루에선 사방으로 계곡이 이루어져 잘못하면 엉뚱한 길로 내려가기 일쑤입니다.
다른데로 갈수있으니 옆에 붙어 다니기로 했지요.
그런데 앞에 보이는 고사리를 따라가다보니 서로 길이 갈리는겁니다.
산에는 두사람뿐 다른사람은 안 보입니다.
비가와서 그런가?평소엔 사람들이 많더니...
소리를 질러 서로 확인하고 또 꺽으며 두시간이나 꺽은것 같습니다.
이제 내려갈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으나 반응이 없습니다.
이리저리 사방으로 불러봐도 반응이 없습니다.
휴대폰으로 불러봐도 소식이 없습니다.
산밑엔 계곡물만 조르르 흐르고 사람 다닌 흔적이 전혀없습니다.
숲을 가꾸지 않아 숲을 뚫고 나가기조차 힘이 듭니다.겁이 덜컥 납니다.
일전에 산나물 뜯으러 나갔던 60대 노인이
실종 일주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재수없게도 말입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앞이 안보입니다.
고사리고 뭐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계곡밑까지 내려갔다가
몇번을 오르락 내리락해도 찾지를 못합니다.
다행인것은 아내가 나보다 고수여서 산엔 잘 다닌다는것.
행여나 전화가 터지는지 다시 신호를 보내봅니다.
또르륵 간신히 들리는 저쪽편 목소리엔 나를 찾았었다는 음성이 울려나옵니다.
산밑에 주차해 두었던 승용차까지 도착했다는 말에 안심이 됩니다.
여기서 그곳까진 한시간정도 걸리는데 그동안 나는 찾기만 했고 아내는 왔던길을 되돌아 가는중이었고.
한편으론 부아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천만다행 안도의 한숨도 나오고.....
고사리 꺽으러 갔다가 사람 한사람 잃어버릴뻔 했습니다.
아니 내가 길을 잃어버릴뻔 했다고 해야 맞나?
다음부터는 고사리 적게 꺽더라도 옆에서 떨어지지 않을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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