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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기고문 "입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강릉문화원장 최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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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동문회
작성일 2018-06-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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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미국 국무부 허터 차관 이야기다. 그는 소탈하고 품위 있는 생활로 정평이 나 있는 공직자였다. 그가 매사추세츠주 주지사로 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늦은 오후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교회 자선파티에 참석해 저녁을 먹게 됐다. 허터는 접시를 들고 음식을 받다가 닭고기 요리를 나눠주는 어느 여인 앞에 서게 됐다. 그녀는 허터의 접시에 닭고기 한 조각을 올려놓고서 다음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장기를 크게 느끼고 있던 허터는 그 부인에게 말했다. “실례합니다만 부인, 닭고기 한 조각 더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부인이 그에게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한 조각씩 드리기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척 시장기가 돌아서요.” 주지사가 말했지만 부인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한 조각 이상은 드릴 수 없습니다. 참석한 분들에게 공평하게 나눠드려야 하기 때문에.” 허터 주지사는 그런 터무니없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지위를 전면에 내세웠다. “혹시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이곳의 주지사입니다.” 그러자 부인이 답했다. “그러는 당신께서는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제가 바로 닭 요리의 분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다음 분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 주시겠습니까?” 윗글은 진정한 권위가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권위는 직위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사명과 책임에서 생기는 것이다. 주지사는 높은 직위이고, 막대한 권한이 부여된 자리다. 하지만 그 권한은 원칙을 깨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럴 때 참된 권위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부인이 보여준 대로 사명을 가진 사람은 권한을 가진 자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따라 자신의 사명을 감당할 때 생기는 것이 바로 권위라 생각된다. 오는 13일 우리나라 모든 곳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때쯤이면 신라시대 향가, 안민가(安民歌)가 떠오른다. `안민가'는 신라 경덕왕 때에 승려 충담사가 지어 부른 것으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노래'라는 뜻이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가 태평하리다'라는 끝 소절로 유명하다. 안민가는 약 1,000년 전의 글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깊은 통찰로 많은 것을 알려준다. 특히 `∼답게'는 각자의 위치가 다를지라도 자신이 맡은 일에 뚜렷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철저하게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허터는 자기 직위를 밝히며 거드름을 피웠지만, 음식 분배 책임자는 오히려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온당한 것이다. 이렇듯 정정당당함은 원칙과 기준을 지킬 때 우러나오는 것이다. 13일은 지방권력지형이 바뀌는 역사적 변곡점이다. 출마자 대부분이 의미심장한 출사표를 던지며 시그널과 결이 다른 일을 하고자 한다. 원칙과 기준을 살려 충담사의 `답게 정신'이 만개했으면 한다. 지금 산하에는 온통 신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숲 속이 상쾌한 것은 피톤치드가 뿜어지기 때문이다. 6·13 당선자들께서 도민에게 피톤치드를 다량으로 공급해 주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강원도 꿈의 폐활량이 더욱 넓어져 생동·역동·박동의 진원지가 됐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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