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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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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병호 작성일 2018-08-29 21:14 댓글 4건 조회 8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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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
 

학교에서 100점을 받은 시험지를 들고 와

자랑을 하며 어머니께 보여드려도
 

엷은 미소를 흘리시며 바라보고만  계십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싸우고 울면서 들어올 땐
 

놀라신 얼굴로 눈을 떼지 않고 두루 살피기만 하십니다..
.

왜 싸웠냐고 물어보지도 않으십니다.

 

어머니는 동네 어머니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시고
 

어쩌다 한데 모였을 땐 맨 뒷자리에 계셨습니다.
 

다른 집 엄마들처럼 자랑거리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안 계시고 엄마랑 동생이랑 세 식구만이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가난한

살림살이지만 행복한 생활 이었습니다.

 

때로는 잔치집을 다녀오실 땐 떡도 싸가지고 오십니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손가락 둘을 펴 보이며 건네주십니다.
.

동생과 둘이서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라는 의미였습니다.

.

어머니는 여태까지 내 이름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 한 번 두드리면 나를 부르는 소리요

두 번을 두드리면 동생도 알아듣고 어머니께 달려갑니다.


어느 일요일 어머니께서 장롱 속의 옷을 꺼내 입으시고

문을 세 번을 두드리시고 방문을 걸어 잠그시더니
 

손에 손을 맞잡고 장터로 가시면서 우리들의 어깨를

다독여 주셨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언어장애를 갖고 계시지만 한 번의
 

불만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들과 얼굴을 마주
 

칠 땐 항상 웃고 계십니다. 인자하신 어머님의 얼굴이
 

오늘도 보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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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어머니가 빙그레 웃고 계십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
둘이 나누어 먹으라고 두 손가락 펴시는 모습이 선합니다.
그 어머니가 우리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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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님의 댓글

공병호 작성일

벙어리 어머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초등학생의 신분으로 수치심을 씻어버리고

명랑하고 발랄한 성격으로 부모님을 존경하는 화기애애한 가정생활의 일부를

그려봤습니다 은연중에 안타까움도 표현되어 있으나 어린소녀의 심정은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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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가슴이 시리고, 뭉클하군요.
담담하게 간결하면서도 잔잔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잘 그려냈습니다.
역시 공시인님 대단하십니다.
당신을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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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공시인의 허심없는 찯한 인성을 헤아리고도 남을 시간을 가져봅니다.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면 그저 서글퍼집니다.